억대의 불법 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작은형 이상득(83) 전 의원이 지난 1월에 이어 다시 검찰에 출석했다.
이 전 의원은 7일 오전 9시57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호원 두 명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린 이 전 의원은 휠체어에 올랐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포토라인까지 오며 취재원을 둘러봤고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꼭 감았다 뜨기도 했다.
이날 이 전 의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팔성 전 회장에게 인사 청탁 대가로 돈 받은 거 인정하는지”,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 아직도 부인하는지”, “이 전 대통령 다음 주 소환인데 심경이 어떠한지”, “건강상태는 어떠한지”, “조사 끝까지 받을 수 있느냐” 등 질문을 건넸지만 이 전 의원은 입을 꾹 다문 채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국회의원 재직 시절 원세훈(67) 전 국정원장에게 국정원 자금 1억 원을 직접 건네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11년 2월 국정원 요원들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다가 들킨 사건이 발각돼 사퇴 요구가 잇따르자 원 전 원장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26일 국정원 자금 불법 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이 전 의원은 건강상 이유로 조사 4시간 만에 중도 귀가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또 2007년 대선 직전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에게 취업 청탁의 대가로 8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이 전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이 전 대통령 측에 돈이 흘러간 내용이 적힌 메모와 비망록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SD(이상득 전 의원) 8억 원', '이상주 14억5000만 원' 등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48) 전 삼성전자 전무를 불러 조사했다. 이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검찰은 이 전 의원에게 국정원 자금 및 취업 청탁 명목으로 억대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정황과 이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등을 캐물을 예정이다.
한편 이 같은 불법자금 수수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 전 대통령이 14일 포토라인에 설 전망이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 이 전 대통령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