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11개 구 아파트의 중위가격이 9억 원을 돌파했다. 한 채만 보유해도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으면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세법에 따라 종부세 과세 대상이 강남권에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기준 강남 11개 구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9억1353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체 아파트의 매매 중위가격은 7억1662만 원, 강북권 14개 구는 4억8533만 원이었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을 뜻한다. 즉, 강남 11개 구의 아파트 절반이 9억1353만 원 이상으로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공시가격은 보통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책정돼 있어 보유 주택의 시세가 9억 원을 초과하더라도 종부세를 당장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4월 말 발표 예정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대폭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올 들어 발표된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각각 6.02%, 5.51%로 나타났다. 표준지 공시지가의 경우 6년 사이 최고 상승률,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11년 사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때문에 공동주택 공시가격 또한 시세에 맞게 현실화한다는 명목으로 최소 지난해(8.12%) 수준은 뛰어넘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월 말 공시가격 발표 이후, 강남권에 종부세를 새로 내게 되는 1주택자가 대폭 늘어날 경우 정부는 조세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존재한다. 1주택자의 경우 정부가 규제 대상으로 삼는 투자 목적 주택 소유자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6·13 지방 선거까지 두 달도 안 남은 상황이라 여권에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에 여권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1주택자는 공시가격 대상을 현 9억 원 초과에서 12억 원 초과로 변경하는 종부세법 일부개정안을 지난달 내놨다. 실수요자인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다만 이 개정안은 동시에 공시가격의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폐지해 과세표준을 공시가격 수준으로 높이고 각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참여정부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전체적인 종부세 부담은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주택분 종부세의 경우 과세표준 6억 원 초과 12억 원 이하 구간에 대한 세율을 현행 0.75%에서 1%로, 12억 원 초과 50억 원 이하 구간에 대한 세율을 현행 1%에서 1.5%로 각각 올린다. 또한 ‘초고가’ 구간인 50억 원 초과 94억 원 이하에 대한 세율은 현행 1.5%에서 2%로, 94억 원 초과 구간에 대한 세율은 현행 2%에서 3%로 높인다. 법이 통과되면 기존 납부액의 최고 1.5배까지 내야 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전문대학원 교수는 “종부세를 내야 하는 1주택자 공시가격 기준을 12억 원으로 완화한 것은 여권이 집값이 그만큼 오른 것을 인정한 셈”이라며 “1주택자를 배려했지만 종부세를 대폭 강화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다주택자나 공시가격이 12억 원을 초과한 1주택 소유자의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