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가 쓴 메신저 '텔레그램'이 ‘사이버 망명처’로 각광받는 이유는

입력 2018-03-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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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나면 대화내용 자동 삭제… '미쓰리'도 '비밀 쪽지' 기능있어 작전세력에 이용되기도

▲아이폰5s에서 텔레그램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한 모습(연합뉴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비서 성폭행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피해자와 대화를 나눌 때 이용한 메신저인 ‘텔레그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독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은 메시지가 서버에 기록이 남지 않고 자동삭제되는 기능을 갖춰 개인정보 유출을 막아줄 수 있는 ‘사이버 망명처’로 각광받아왔다.

안 지사의 수행비서를 맡았던 김지은씨는 5일 JTBC ‘뉴스룸’에서 직접 출연해 “안 지사에게 지난 8개월 간 총 4차례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히며 안 지사와 주고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대화창에는 “머하니?” , “내가 스스로 감내해야 할 문제를 괜히 이야기했다”, “괘념치 말거라”, “거기 있니”, “미안”, “잘 자요” 등의 메시지가 있었다.

김씨는 안 지사와 수시로 텔레그램의 ‘비밀 대화’ 기능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모든 메시지가 단대단 암호화를 통해 전송돼 클라우드에 아무런 정보가 남지 않고 오직 메시지를 주고받은 기기에서만 확인이 가능해진다. 채팅방 내의 메시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도 없게 된다. 특히 1분, 30분, 60분 등의 단위로 자동 삭제 타이머 기능을 적용할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고받은 대화는 저절로 사라져 개인정보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텔레그램은 이러한 높은 보안성 때문에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등의 정보기관에 의해 카카오톡 내용에 대한 불법적인 ‘사이버 검열’ 논란이 일었을 때 카카오톡을 버리고 사생활 보호가 가능한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 하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이후 텔레그램은 지난해 조기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도전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텔레그램에서 기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단체 채팅방을 직접 운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이 시장은 이곳에서 기자들에게 본인의 생각이나 해명 글 등을 올리곤 했다.

실제 텔레그램은 이용자 보안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는 메신저로 알려져 있다. 텔레그램 개발자 파벨 두로프는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 개인정보를 넘기라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거절해 망명을 한 인물이다. 그는 “당국의 감시를 받지 않는 소통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2013년 개발한 것이 바로 모든 문자 메시지를 암호화하는 텔레그램이다.

증권가에서 주로 이용하는 ‘미스리 메신저’에도 송ㆍ수신 10초 후 내용이 자동 삭제되는 ‘비밀 쪽지’ 기능이 있다. 쪽지쓰기 하단의 자물쇠버튼을 클릭하고 내용을 입력한 후 전송 버튼을 누르면 주고 받은 내용이 송수신 사용자의 메신저에 기록이 전혀 남지 않게 된다. 이러한 기능 때문인지 증권가에선 작전세력이 미스리를 즐겨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메신저들은 그 폐쇄성으로 불륜이나 범죄에 이용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실제 2016년에는 텔레그램을 통해 배우자의 외도 뒷조사를 하고 이를 흥신소에 팔아 넘긴 일당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2012년엔 증권사 관계자와 애널리스트 등 203명에게 “북한 영변 경수로 대폭발. 고농도 방사능 빠르게 서울로 유입 중”이라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담은 쪽지를 작성ㆍ유포해 주가지수를 하락시킨 뒤 2900만 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취득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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