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 국제경제부 기자
중국을 포함해 세계 주요국을 적으로 상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도살인과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구호로 통상 압박을 가하는 트럼프는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고 있다.
이미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가하면 건설, 광산 등 연계 산업에서 생산 비용이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산 비용이 올라가면 결국 각 기업의 부담이 높아지고, 극단적으로는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미국 내 6개 자유무역 옹호 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등 규제를 가하지 말라고 서한을 발송했다. 이 단체들은 수입 제한 조치가 미국의 일자리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표심 결집용이라고 해석하고 있는데, 여론마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노동자들의 표심이 트럼프에게 닿을지 확신할 수 없으나, 자유무역주의자들의 반감은 확실해졌다.
자유무역은 각국이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으로 굳어졌다. 미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는 비교우위를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자유무역에서 비교우위는 절대적 우위가 없고 상대적 우위만 있는 경우에도 거래를 통해 이득을 누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무역은 단순한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경쟁하되, 누가 잘 협동하느냐를 가지고 경쟁을 하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는 자기 손에 피를 내는 무리수를 거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