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바뀌자 마자 손바닥 뒤짚냐
주공이 지난 12일 밝힌 명분은 분양원가 전면 공개가 불필요한 사회적 파장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공은 원가공개 소송에서 패소한 고양 풍동지구와 화성 봉담지구 등 2곳만 부분적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주공이 공개하는 항목은 고양 풍동지구의 경우 토지매입 보상비와 택지 조성비 등 7개 항목, 화성 봉담지구는 분양원가 산출내역과 택지보상 내역 등 4개 항목 뿐이다.
이러한 주공 방침은 당초 전면 공개하겠다는 말을 9개월만에 부분원가 공개로 손바닥 뒤짚듯이 번복한 것이며 건설사 CEO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하자 마자 바꾼 것이어서 문제가 되가 있다.
또한 막대한 건설이익을 추산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공개라는 것이다. 아파트사업장 하나에서 수백억~수천억원의 이익을 건설업계가 가져간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중의 하나다. 원가공개는 이러한 의혹들을 밝혀 분양가를 낮추어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차원에서 진행돼 온 것이다.
주공의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 '양치기 소년'식 말바꾸기 행각을 짚어본다.
주공은 지난 해 6월 고양 풍동지구, 화성 봉담지구 등 주공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 소송에서 패소가 잇따르자 2002~2006년간 공급한 84개 아파트 단지, 6만 5천여가구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주공의 분양원가 공개는 영업상 비밀이 아니다. 분양가격이 정상적으로 산출됐다면 그 산출근거를 공개해도 주공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리 없다”고 판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주공에 대해 줄곧 분양원가공개를 지시했지만 주공은 차일 피일 미뤄왔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주공 박세흠 사장(옛 대우건설 사장 출신)은 기자간담회에서 "연말까지 분양원가를 전면공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올들어 지난달 15일 청주지법 충주지원 민사부(재판장 전광식)가 민간기업에 대해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건설, 임대한 것으로 분양원가 산출과정 및 분양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며 “최초 입주자 모집 당시 주택가격 건설원가 산출내역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사법부의 이 판결은 국민의 세금이 지출된 사업은 투명성 보장은 물론 부당이득을 취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민간기업이라도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임을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주공이 분양원가 공개를 유보하려하자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3일 논평을 통해 "주공이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한달도 안돼 원가공개 약속을 백지화한 것은 원가를 공개하라는 국민의 요구는 물론 사법부의 판결도 무시하고 이명박 정부의 서민 주택정책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경실련은 "대통령, 사법부, 국민의 요구를 모두 무시했던 주공의 행태에 이명박 대통령은 즉각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집값 안정의 의지가 있다면 1998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주택공사가 분양한 모든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시행했던 참여정부에서도 한국토지공사와 주공은 공사라는 사명을 망각하고 땅장사, 집장사로 막대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는 주공과 토공을 통폐합해 비효율적이고 비도덕적인 공기업 경영 정상화의 모범을 보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건설비용과 이윤을 알 수 없는 부분 분양원가 공개는 구색맞추기식 전시행정이다. 주공은 분양원가를 투명하고 명확하게 세부항목까지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시가 공급하는 아파트 분양가를 60개 항목에 걸쳐 상세히 공개하고 있는데 주공은 왜 안 된단 말인가. 분양원가 공개는 아파트 분양가에 숨겨진 폭리를 드러내 아파트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정부 출범이후 강남 고가아파트는 물론이고 강북 소형아파트값이 치솟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 대상지나 대운하 예정지의 부동산값도 들썩이는 상황이다.
주공에 대한 분양원가 전면 공개요구는 앞으로 사회각계에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