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년 대표의 실험동물 이야기⑥]질환모델 동물 해외의존의 한계, 도입과정서 품질문제도 상존..자체 질환모델 생산기술 개발
잭슨랩은 5년전 코네티컷주에 잭슨 유전체 의학연구소(Jackson Lab for Genomic Medicine)를 1조원을 들여 설립하고 세계적 석학인 찰스 리(Charles Lee) 하버드 의대 교수를 디렉터(director)로 영입했다. 이때 주정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이 있었는데 파격적이라고 할 만한 지원의 배경에는 '맞춤형 의료' 완성을 위한 정책추진 의지와 잭슨랩이 갖고 있는 맞춤의료 서비스의 실험, 검증, 개발 능력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잭슨랩은 매년 약 270만 마리의 실험용 쥐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이 있으며 이들이 공급하는 유전자 조작기술을 이용하여 제작된 질환모델 동물(LMO : Living Modified Organisms)의 연간 매출은 8억 달러로 추정된다.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대형병원과 대학 연구소 몇 곳이 잭슨랩과 다양한 형태로 협력하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의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한 비임상 실험용 질환모델 동물 수급은 잭슨랩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이런 의존율은 연구현장에서 발생되는 갖가지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물질 안전성과 효력을 초기에 검증하기 위해서는 후보물질을 살아있는 세포로 먼저 확인한다. 다음은 실험동물을 이용하여 약리/약효시험(efficacy test), 안전성시험(safety test) 과 그리고 이들 시험과 관련된 약물동태시험(pharmacokinetics) 및 독성동태시험(toxicokinetics)을 통해 검증한다. 그런데 비싼 가격을 치르고 들여온 실험동물의 품질에 문제가 있어 시험결과에 영향을 받는다면 그 시험은 망치게 된다.
실험동물의 품질관리는 사실 쉽지가 않다. 유전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조작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질환모델이 개발됐지만, 동물모델에 품질기준을 제대로 알기도 어렵고, 안다고 해도 제작처에서 만들어 보낸 데이터는 운송과 계류 및 사육환경 따라 틀어질 수 있어 혼란이 발생할 여지는 항상 있다.
돌이켜보면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됐던 것 같다. 10년 전 차세대 융합기술원 동물실을 처음 보았을 때 '이 넓은 시설을 이용하여 동물 생산을 할까' 혹은 '아니면 시설대여 등 단순하게 운영해서 큰 투자없이 수익우선으로 운영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는 현장의 중심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었기에 다가오는 미래의 확신과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다행히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장비사업 시장이 마침 커지고 있어 이쪽에서 버는 수입을 투자하기로 하고 '우정 유전체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리고, 기본부터 시작했다.
먼저 계대 관리기술이다. 계대 관리는 특정 유전자가 증폭(Transgenic model) 또는 제거 (Transgenic model)된 동물을 평가하고자 하는 질환에 적합하도록 유전학적으로 유지해주는 기술이다. 연구에 소요되는 동물은 매월 필요한데 매번 수입해서 사용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공급자와 합의된 경우에 한해 2세, 3세로 계속 산자를 늘려가면서 원형과 같은 형질로 품질이 유지되게 한다. 유전학정 특성과 육종학적인 특징을 인지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기술이다.
다음은 질환모델 동물 생산기술이다. 주로 암연구에 쓰이는 모델들만 소개하면 ①Syngeneic mouse model은 정상적인 면역 기능을 갖는 동종의 마우스나 랫에 이식하는 모델이다. ②Humanized mouse (Hu-mouse) model은 마우스의 B 세포, T 세포 및 NK 세포가 결핍되어 있는 유전자 변형 마우스에 인간의 제대혈로부터 분리한 CD34+ hematopoietic stem cells 단독 주입 또는 fetus thymus, liver 조직 등을 함께 이식해 인간의 면역체계를 갖는 마우스 모델(humanized mouse model)이다. ③ Patient-Derived Xenograft (PDX) model은 면역 결핍 마우스에 환자에서 유래된 종양을 이식한 종양모델이다. PDX 모델을 통해 종양과 미세환경의 관계를 실제 인체 환경과 유사하게 만들어 다양한 항암제를 미리 적용시켜보고 개인의 질병에 가장 잘 듣는 약을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에 맞춤형 정밀 항암 치료에 활용한다 이밖에 대사질환 모델과 신경계 질환모델 등을 마우스, 제브라피쉬 모델로 개발했다. 이제는 경쟁할 만한 자격이 주어진 셈이다.
우정 유전체 연구소는 2016년 우정 생명과학 연구소로 업그레이드 됐다. 연구원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2017년은 상장과 동시에 정밀의학 분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연구비도 투자했다. 아직은 여린 싹이 겨우 올라왔을 뿐이지만 아시아와 한국인의 유전체로 제작한 암 질환 동물모델은 병원 및 제약업계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정밀의료 시대가 열리고 신약개발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우리가 잭슨을 능가하거나 그들보다 어느 부분이라고 낫다고 감히 할 수는 없으나 상당부분 그들에게 의존하던 일들이 대체 가능하게 됐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러나 10년전의 판단은 정밀의학 시대를 맞이하면서 점차 빛을 발휘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