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칼럼] 블록체인 기술개발 서둘러야

입력 2018-02-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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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설날 당일 아이언맨 헬멧으로 화제가 됐던 윤성빈 선수가 스켈레톤에서 한국 최초의 빙상 외 종목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그 전날 스피드스케이팅 1만km 경기 출전 선수 중에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암호화폐와 관련된 것이다.

이승훈 선수가 아쉽게 메달을 놓친 이 종목의 금메달은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캐나다 선수에게 돌아갔는데,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로 후원 계약을 맺은 선수이다. 최소한의 액수만 현금으로 받고 대부분은 암호화폐로 후원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에 관심이 높은 나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올림픽과 관련한 암호화폐 소식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앞서 이야기한 캐나다 선수와, 앞으로 비트코인으로 후원을 받겠다고 발표한 미국의 루지 선수단 정도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 주변에서 실제 암호화폐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도 평창의 스키용품 대여점 한 곳뿐인데 비트코인이 아닌 이더리움 거래만 가능하다고 한다. 평창에서 시작된 올림픽에서의 암호화폐 활용은 2020년 일본에서 열리는 다음 하계 올림픽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 정부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부적절한 거래를 막고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한다는 기본방침을 발표했다. 발표 전까지는 거래소 폐쇄 등 부정적 시각이 주를 이루면서 국내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경기장 근처에 이더리움 거래가 가능한 상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암호화폐를 규제하고 있는 중국에 비해 나아 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정말 중국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 수준을 살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알다시피 중국은 전 세계 최대의 P2P(개인 간) 온라인 대출시장이 운영되는 핀테크 강국이다. 그리고 일찍이 국가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 육성을 장려했는데 그 선두에는 대표적 핀테크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있다.

특히 알리페이로 잘 알려진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블록체인 기술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술학회(Ant Technology Exploration Conference)를 개최하면서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미 자선 기부, 상품 추적, 의료분야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하고 있고 최근엔 아파트 임대시장까지 응용 범위를 확장하였다. 무엇보다 기업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인공지능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는 점은 앤트파이낸셜이 블록체인 기술의 글로벌 선두 그룹에 있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은 핀테크 기업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중국 중앙은행은 디지털 화폐의 빠른 발행을 위해 노력 중이고 정보통신부는 ‘트러스트 블록체인 오픈 랩’의 기술연구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중국의 이더리움이라고 불리는 암호화폐 네오(NEO)는 강력한 규제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현재 시총 7위에 해당되며 지난달 하락장에서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기도 하였다.

중국은 최근 채굴, 온라인상의 광고, 그리고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대출까지 암호화폐와 관련한 대부분의 활동을 금지하였다. 그러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여겨 정부와 민간이 함께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준비만 된다면 금지했던 암호화폐 관련 규제들을 언제든지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우리는 출발도 하지 못한 느낌이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정부와 민간 모두 블록체인 연구개발에 박차(拍車)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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