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안정자금, 월급 ‘210만원’ 기준 높여도 실효성 낮아…직원 '4대 보험료' 대신 내주면 안정자금 받아도 마이너스”

입력 2018-02-0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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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서울 창신 골목시장 이시웅 창신골목시장 상인회장과 함께 상점가를 돌며 일자리 안정자금을 홍보하고 있다.(사진제공=중기부)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기준이 완화돼 식당, 편의점, 주유소 종사자들까지 월급 190만 원이 넘어도 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됐지만, 환호해야 할 업계는 정작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머리를 가로젓고 있다. 안정자금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4대 보험 가입' 조건이 여전한 데다, 이번 대책으로 늘어난 대상자가 기존 대상자의 2% 규모인 5만 명에 그치기 때문이다.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소득세법 등 14개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기존 제조업 생산직뿐만 아니라 월급여가 190만원 이하 식당 종업원, 편의점 판매원, 주유소 주유원, 경비ㆍ청소원, 농업 노무자들까지도 연장ㆍ야간ㆍ휴일 등 초과근로수당에 대해 월 20만 원 한도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된다. 수정된 개정안은 13일부터 공포 및 시행된다.

지난 달부터 시행된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고용사업주에게 월급 190만원 미만 근로자 1인당 월 13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 첫달 동안 이를 신청한 사업장은 총 3만6149곳, 수혜 근로자는 8만573명으로 정부가 추산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 근로자 236만4000명의 3.4%에 머물렀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부처와 장관이 대대적으로 릴레이 현장 홍보에 힘쓴 데 비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이날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에 수정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되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사각지대가 축소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고육지계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뻐해야 할 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기준 중 4대보험 가입 조건과 일자리 안정자금 자체의 ‘한시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번 수정안으로 신청률이 늘어날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협회장은 “상한선을 20만 원 높인다고 일자리안정자금의 실효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일자리 안정자금 실패의 주 원인이 낮은 월급 기준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그는 “단기 청년 아르바이트들은 월급에서 4대 보험료를 제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 업장에선 점주들이 보험료를 모두 내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두루누리 사업으로 일부 지원을 받아도 1인당 안정자금 보전액 13만원을 훌쩍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4대 보험 조건을 수정하는 것은 제도의 근간을 뜯어고치는 문제이고, 여러 가지 법적‧제도적 난점이 훨씬 많다”며 “현재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 정부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으로 늘어나는 수혜 대상이 고용부 추산 5만 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맹점이다. 기존에 정부가 추산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 근로자가 약 236만 명이었으므로 5만 명이 늘어나도 241만 명에 그치는 셈이다. 신규로 늘어난 5만 명이 설사 모두 안정자금을 신청했다 하더라도 지난달 말 기준 신청자수와 합산하면 신청률은 5.4%에 그치게 된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연장 근로에 대한 비과세혜택을 20만 원 늘렸을 경우 통계로 잡히는 인원이 5만 명인데, 실제로 식당이나 이런 곳에서는 통계로 잡히지 않는 연장 근로자는 더 많을 것”이라며 “수급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기존에 통계로 잡히지 않던 근로자까지 제도 안으로 끌어와 안정자금 신청을 추가로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전국 소상공인연합회 회원과 일반 소상공인 등 총 627명을 대상으로 ‘2018 소상공인 현안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6%는 여전히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 ‘신청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35%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신청을 하지 않는 이유로 ‘4대보험 적용기준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응답했으며 30%는 ‘지원조건이 190만원 한도로 정해져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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