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올해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최근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세상살이에 대형 인명 사고마저 잇따라 사람들의 우울함과 상실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책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가장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 1위가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였다. ‘언어의 온도’는 담담하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올해 들어서도 출판업계는 ‘세상의 모든 위로’,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마지막 순간에 선명해지는 것들’ 등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는 책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윤정은 작가가 쓴 ‘세상의 모든 위로’는 위로가 되는 모든 순간에 관한 이야기다.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일들 앞에서 무너지는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의 언어’다. 매일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것들에서 발견했기에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면 언제나 꺼내 읽을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위로의 순간에 △가만히 들어주기 △지그시 바라봐 주기 △살며시 손잡아 주기 △따뜻하게 안아 주기 등을 제안했다. 저자는 “살다 보면 꽤 많은 날에 위로가 필요하지만 정작 듣고 싶은 위로는 누구에게서도 구할 수 없을 때가 많다”며 “이 책은 혼자 걷는 걸음에 마음이 가라앉는 날처럼, 울고 싶은 날 이불 속에 파묻혀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처럼, 사소하고 소소하지만 찬란한 위로의 순간들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길을 걷다 예고 없이 쏟아지는 굵은 소나기에 당황하지 않게 넣어 둔 가방 속 작은 우산처럼, 위로가 필요한 날 이 책을 꺼내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영 작가의 신작 에세이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는 ‘살아간다, 떠난다, 돌아온다’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원하는 무엇도 되지 못했지만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 작가가 서른아홉에서 마흔 살로 넘어가는 시간에 겪은 여행에 대해 쓴 에세이인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는 소소한 일상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즐겼고, 돌아와서는 곁에 있는 것을 다독이고 해본 적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며, 겸손하고 가볍게 사는 삶을 더 바라게 됐다.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같이 일어나 칼을 가는 것과 다리 찢기 수련을 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소소하게 주식 투자를 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배우는 데 재미를 느끼고 운동 삼아 하게 된 108배를 통해 마음의 고통을 잊게 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비록 지금 우리는 이렇게 초라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대책 없이 살아갈지 모르지만 후회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의심하지 않으며 우리는 그렇게 잘 살고 있다”며 “어쩌면 우리는 늘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아야 하는지도 모른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순간에 선명해지는 것들’은 절망의 상처를 홀로 방랑하며 극복해낸 저자 이윤진 씨가 과거의 그림자와 체념에 갇혀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로하고자 쓴 책이다.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게 되는 ‘공감’, ‘절망’, ‘희망’, ‘소명’, ‘행복’, ‘죽음’ 등 11개 주제를 11개 여행지의 풍경과 함께 정갈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인생의 위기를 극복할 특수 비법이나 비밀스러운 연금술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내 인생의 해답은 밖이 아닌 마음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저자의 방랑도 그렇게 시작됐다. 여행은 낯선 존재에 용기 내 가까이 다가서는 경험, 예상치 못했던 인연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게 해줄 뿐 아니라 습관화된 일상의 부조리를 깨닫고 삶의 의미를 숙고할 기회를 안겨 준다.
저자는 “사실 홀로 훌쩍 떠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이 순간에도 망설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이라 생각하면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라며 “여행을 통해 절망을 비워내고 변화를 향해 나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