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매출·순익 모두 사상최고치에도 못 웃는 이유

입력 2018-02-02 09:12수정 2018-02-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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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이폰X(텐)의 수요 부진 탓에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애플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882억9300만 달러(약 94조5497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순이익은 200억6500만 달러로 12% 증가했다. 모두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역사상 가장 좋은 분기 보고를 하는 데 흥분하고 있다”라면서 “새로운 아이폰 라인업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등 광범위한 성장이 있었다”고 밝혔다. 쿡 CEO는 “아이폰X이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었으며 작년 11월 출하 이후 최고의 인기를 얻은 아이폰”이라고 자찬했다.

아이폰X의 높은 판매 단가가 수요 부진을 상쇄하면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4분기 아이폰 매출은 615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아이폰X의 판매 단가는 796달러로 출시 전 예상가격 756달러보다 비쌌다. 수요는 부진했다.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한 7732만 대를 기록했다.

앱스토어, 음악 및 결제 서비스 등 애플의 여러 사업도 매출 증가에 일조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뛰어난 운영 성과 및 비즈니스 성과 덕분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연말 쇼핑 시즌에 스마트TV와 에어팟 등 아이폰 이외의 다른 제품들의 판매가 늘어난 점도 매출을 향상 시켰다.

시장에서는 아이폰X의 판매 둔화와 판매 단가 상승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낮은 수요를 경계하고 있다. 팩트셋은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아이폰 판매량은 평균 8003만 대였다며 실제 판매량이 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카날리스도 애플이 작년 12월까지 3개월 동안 아이폰X을 2900만 대 출하했으며 이는 애플의 목표치보다 약 600만 대 적은 것이라 추정했다. 카날리스는 “일부 소비자들이 아이폰X보다 저렴한 모델을 선택하기 때문에 출하량이 회사 전망보다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스 거버 거버가와사키 CEO는 “애플이 4분기에 ‘완벽한 아이폰’을 판매했으나 수익은 바라던 것보다 적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은 지금 매우 잘 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가 의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식 시장은 일단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 애플 주가는 소폭 하락했으나 시간 외 거래에서 상승했다.

애플의 미래는 밝지 않다. 애플은 올 1분기 매출 전망치로 600억~620억 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3~17% 증가한 것이지만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665억4000만 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널리스트들은 아이폰X의 매출이 지난 분기보다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와 신제품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추정치를 낮추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발표된 보고서가 아이폰 10주년 모델이 많은 투자자가 기대했던 ‘슈퍼 사이클’에 불을 붙이지 못했다는 우려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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