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말 많은 재건축부담금, 얼마면 되겠니?

입력 2018-02-0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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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 정책사회부장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재건축 부담금 계산을 놓고 시장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고시한 재건축 부담금 산정 방식에 따라 그간 건설부동산 업계가 추산해온 금액과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표사례로 꼽은 ‘조합원 1인당 평균 8억4000만 원’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경우 조합 측은 “1인당 6400만 원”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정부 추정치와 13배가량 차이가 나는 숫자다. 헛웃음이 나는 대목은 확실한 것은 하나밖에 없다는 점. 누구 말이 맞는지는 공사가 끝나 봐야 안다는 사실이다.

궁금증 1. 재건축부담금 Vs 조합원분담금

재건축부담금을 조합원분담금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꽤 있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사업으로 정상주택 가격 상승분을 넘어서는 이익이 생길 경우 국가가 조합원들에게서 환수하는 돈이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른 일종의 세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9월 주택가격 급등을 막고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반면 조합원분담금은 조합원건축원가에서 일반분양기여금액을 뺀 금액을 말한다. 쉽게 말해 건축비와 사업비에서 분양수익을 제한 것으로 일반분양가가 비쌀수록 분담금이 줄어든다.

궁금증 2. 재건축부담금 계산 공식… 낯설다 너

정부 시뮬레이션의 근거는 2006~2012년 한시적으로, 그것도 연립주택 4곳에만 적용됐던 잣대다. 아파트 중에서도 최고가 상품인 강남 재건축에는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도구다. 닭 잡는 칼로 소를 잡아 본 실험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측 역시 “발표할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을 정도.

그렇다고 조합 측 추정치가 확실한 객관적, 합리적 근거를 지녔다고 보기도 어렵다. 주택 가격이나 건축 비용 모두 예상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이야기가 다소 복잡해진다. 하지만 이 부분만 이해하면 누구 말이 맞을지 대충 견적이 나오니 꾹 참고 하나하나 짚어보자. 기본적으로 재건축부담금은 준공 시점의 총주택가액에서 개시시점(통상 준공 5~10년 전) 총주택가액과 정상(평균)주택 가격 상승분 총액, 총개발비용을 뺀 뒤 조합원 수로 나눈 1인당 초과이익을 근거로 계산한다. 초과이익이 3000만 원을 넘으면 부과율(10~50%)에 따라 누진 과세율을 적용받는다.

슬슬 골치가 아파오지만 최대한 단순하게 말하면 재건축이 끝난 시점의 집값에서 일단 예전 집값과 그동안 오른 상승분을 빼고, 여기에 건축비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조합원 수로 나눈 것이 초과이익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 초과이익이 얼마냐에 따라 세금을 내게 된다는 의미다.

궁금증 3. 논란의 핵심은 무엇?

함수는 비교적 단순한데 변수가 아리송하다는 점이 논란의 출발점이다. 특히 시점이 문제다. 우선 준공시점은 관리처분계획이 승인되는 시기에 대략 정해진다. 하지만 관리처분이 승인되더라도 설계변경 등의 변수가 또 있다. 가장 큰 논란은 개시시점을 언제로 보느냐다. 국토부는 2011~2012년을 개시시점으로 봤다. 문제는 이때가 집값이 바닥을 기던 시절이라는 점이다.

집값이 달라지면 상승분도 달라진다. 상승분은 개시시점 주택가액에 정기예금이자율 혹은 평균주택가격 상승률 중 높은 숫자를 곱해서 계산하게 된다. 낮은 집값에 낮은 이자율 혹은 낮은 상승률을 곱했으니 상승분도 낮게 계산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리고 낮은 상승분은 초과이익이 커지는 과정을 낳았고, 최종값인 부담금이 뻥튀기되는 결과로 수렴되고 말았다.

궁금증 4. 세금폭탄 맞는 사람 따로 있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투자 역시 그렇다는 것은 두말하면 숨차다. 믿기 어렵겠지만 재건축부담금 역시 사고파는 시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누가 얻어맞을지를 조절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준공인가일에 그 집의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이 완료된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에게 부과된다. 예컨대 재건축이 진행 중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던 A 씨가 준공인가 직전에 B 씨에게 팔았다면 부담금은 B가 내야 한다는 뜻이다. A 씨는 막대한 이익을 얻었지만 부담금을 피해 가고, 실수요자일지도 모를 B 씨는 의문의 1패를 당하게 되는 구조다.

궁금증 5. 마지막 변수, 위헌 여부

재건축부담금은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헌재는 위헌이 아니라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도 논란의 대상이다. 헌재가 1994년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해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는 위헌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맞지만, 토지초과이득세법 자체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헌재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가 합헌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고 봤다. 헌재는 “과세대상이득의 공정하고도 정확한 계측 문제, 조세법상의 응능부담(應能負擔) 원칙과 모순되지 않도록 납세자의 현실 담세력(擔稅力)을 고려하는 문제, 지가변동순환기를 고려한 적정한 과세 기간의 설정 문제, 지가하락에 대비한 적절한 보충규정 설정 문제 등이 선결돼야 한다” 했다. 이익이 얼마인지 정확히 계산할 수 있어야 하고, 세금액수는 적정한지, 가격이 오히려 떨어질 때는 어떻게 할지 등을 해결해야 합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문제는 머지않아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2014년 9월 한남연립 재건축 조합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해 둔 상태다.

▲출처: 국토교통부
▲출처: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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