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나노공정 기술 이전 놓고 논란 가중
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 기술이전 추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하이닉스는 최근 제휴사인 대만 반도체 업체 '프로모스'에 첨단 반도체 가공 기술인 54나노 공정기술을 제공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는 지난해에도 최첨단 공정기술을 프로모스에 이전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기술 제공이 단순한 기술 이전이 아니라 기술 유출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68나노 공정 기술을, 하이닉스는 66나노 기술을 적용해 D램을 생산하고 있다. 문제의 54나노 공정기술은 전세계 업체 중 유일하게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만 갖고 있는 기술로 해외업체에 기술 이전이 될 경우 반도체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서 80나노 이하 반도체 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핵심기술로 규정한 바 있어 기술유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이전 대상 기술은 설계 기술이 아니라 양산 기술이라 핵심기술이 아니다'라는 하이닉스의 주장은 잘못"이라며 "설계 기술이건 양산 기술이건 모두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국가가 보호하겠다고 한 것인데 이를 무시하고 기술을 이전하겠다는 것은 '어불설성'"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황창규 사장 역시 하이닉스의 나노 공정 기술을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혔다.
황 사장은 7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이 있기 때문에 법 취지에 따라야 한다"며 "선진국들도 핵심기술은 보호하고 있는데 그런 핵심기술이 수출 대상이라는 것이 말이 안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황 사장은 "지난해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이 만들어진 것도 핵심 기술의 해외 이전에 대해 국민의 콘센서스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하이닉스 측은 "해외 수출시 부담해야 하는 상계관세를 피하고 원가를 절감하려면 해외기술 이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진행했던 66나노 기술 이전이 지연되면서 프로모스 측에서 54나노 기술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며 "생산기지 다변화를 위해 첨단기술을 수출하는 것이지 기술 유출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