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ㆍ리서치ㆍ자산운용업계 목소리
정영채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는 24일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 업무는 일반 기업들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역할 중 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열린 ‘2018년 자본시장 전망고 정책방향’ 세미나에서 토론 패널로 참석 “발행어음 업무를 대형 증권사들이 단순히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기 보다 플랫폼 사업자라는 인식을 가진다면 시장 전체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초대형 IB 육성방안의 일환으로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일부 대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를 허가해주기로 했다. 이날 현재 정부의 허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 한 곳 뿐이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대형사 후보군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4곳이다.
이날 토론은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 패널로는 정영채 대표 외에도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과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정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 윤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등이 참석했다.
정 대표는 또 “(코스닥시장의 경우)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니즈를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면서 “대형 기업의 하청업체가 아닌 자체적으로 혁신적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지원이 더 집중적으로 이뤄지면 꿈이 있기 때문에 더 과감한 투자가 뒤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증권사의 달라진 위상과 책임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거 증권회사가 단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기업이었다면 이제는 자본시장의 플랫폼 사업자”라며 “새 상품을 시장에 공급할 때도 단순 캐피탈게인(수익창출)보다는 상품이 적절한 평가를 받고 정상적 가격을 통해 매매되는지 등 시장의 유기적 흐름이 잘 이어지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정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플랫폼이 가장 중요하고, 증권사들이 플랫폼 사업자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초대형 IB 관련 인가 과정에서는 동일한 기준을 한결같이
적용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인가 과정에서 감독 등 다른 차원의 심사를 무시할 수는 없다”며 “플랫폼을 통해 폐쇄적인 금융 시스템이 좀 더 글로벌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코스닥 상장사 관련 정보가 미흡하다는 자본연 지적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 상장사 관련 투명한 정보 제공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지만 인원 부족 등 현실적 문제가 있다”며 “제도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해법 마련 등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사실 우리나라 코스닥시장의 경우 낮은 상장 문턱을 통해 많이 들어오는데 정작 벤처캐피탈(VC)들 사이에선 투자할 곳이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며 “기반 자체가 약한 상태에서 규제만 과도하게 풀어주면 버블이 생길 수 있어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증시 발전을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기업과 주주의 동반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윤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는 “증시가 발전하려면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적극 개선하고 소액주주들은 기업의 이익에 동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이 같은 과제가 건설적으로 진행된다면 시장의 업사이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정부에서도 언급했듯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인구구조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지만 국민연금 등을 제외하고는 퇴직연금시장이 원금보존형 상품 등에 치우쳐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투자자들 역시 개인퇴직연금(IRP) 등 나이대에 맞춰 적정 리스크를 감수하고 전반적인 장기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고 전했다.
김종민 자본연 실장은 “지금까지 시장에선 자산운용사와 투자자 사이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며 “자산운용이 공모펀드 입장에서 활성화되려면 플레이어들간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가능하고, 그런 수단으로서 자산관리를 언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