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전자 오디오 기술이 탄생되는 곳, 美 ‘오디오랩’ 가보니…

입력 2018-0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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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오디오랩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TV, 사운드바, 휴대전화 등의 오디오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곳은 어디일까.

지난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오디오 기술력인 탄생되는 ‘삼성 오디오랩’을 방문했다.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 LA 인근 발렌시아(Valencia)에 위치한 위치한 이곳은 2층으로 지어진 깔끔한 건물이었다. 특히 더욱 기대됐던 것은 이번이 언론 최초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오디오랩은 2013년 말에 설립되었으며, 총 9400평방피트(264평) 규모로 무반향실, 청음실 등 업계 최고의 연구시설을 갖춘 음향 기술 전문 연구 기관이다. 2010년 이후 오디오 시장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크게 겪고 있다. 소비자들은 저장장치형 오디오 기기 보다는 스트리밍을 통해 사운드를 즐기며, 오디오 기기 구매시 스피커의 음향 수준을 중시하는 경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CD·디스크·라디오를 스피커에 연결해 사운드를 즐기던 과거 방식에서 디스크 없이 무선으로 고품질의 음향을 즐기는 방식이 증가하면서 삼성전자는 이러한 트렌드 변화를 대비해 ‘세계 최고의 음향 기술력 내재화’라는 목표를 세우고 음향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핵심 기술인력을 확충해 오디오랩을 본격 가동했다.

작지만 편안하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느껴진 이곳에는 4명의 오디오 분야 박사급 인력을 비롯해 오디오 엔지니어, 뮤지션 등 오디오 분야 전문가 19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들의 오디오 분야 경력을 합치면 300년을 넘을 정도로 업계 최고의 오디오 전문가 집단이다.

특히 재밌는 사실은 직원 중 8명이 뮤지션으로 활동 중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밴드에서 4개의 앨범을 낸 사람도 있었으며, LA를 돌며 80년대 음악을 공연하는 직원도 있었다.

▲앨런 디밴티(Allan Devantier) 상무가 오디오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기자들을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앨런 디밴티 상무였다. 그는 하만에서 오랜기간 근무하다 2013년 오디오랩이 탄생될 당시 이곳에 합류했다. 그는 “이곳의 챔버와 측정시스템은 세계 1등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며 “하만에서 워낙 오래 일해서 다른회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자신있게 1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3개의 청음실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소리의 색깔, 스펙트럼, 퍼포먼스 등 특성을 측정 후 튜닝을 진행한다.

첫번째로 방문한 청음실은 벽에 휘어있거나, 네모난 것들 이붙어있는 흡음제나 반사제가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각각의 소비자들의 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구현한 곳이다. 이 벽에 붙은 구조물들은 실제 청취하는 사람의 환경에 가깝게 필요에 따라 재배치가 가능하다.

이곳 구조물들에 스피커 소리가 반사돼 고역이 얼마나 깔끔한지, 저역이 얼마나 풍부한지 구분할 수 있다. 청취를 하기위해 들른 이 방에서는 돌아다니면서 장소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확인했다.

▲삼성전자 오디오랩의 무반향실(Anechoic chambers).(사진제공=삼성전자)

두번째로 방문한 룸은 사방이 뾰족한 세모의 구조물들로 가득찬 곳이었다. 모든 방향에서 소리를 측정할 수 있는 곳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공간이다. 이곳의 구조물은 파이버글래스(섬유유리)로 구성됐다. 바닥까지 가득찬 이 구조물은 파이버글래스로 만들어져 소리의 흡수가 더욱 잘된다. 삼각형 모양으로 구성한 이유를 묻자 직원은 “소리가 일반 벽에 들어오면 99% 흡수 후 1% 반사되는 경험을 1번밖에 못하지만 지그재그로 이뤄진 삼각형 안에서는 99%흡수, 1% 반사가 반복된다”고 답했다. 건너편에는 똑같이 구성된 방이 반크기로 이뤄져 있었다.

세번째로 방문한 룸은 블라인드 청음실이었다. 보통 한명만 들어가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게 된다. A,B,C, D 4가지 스피커가 암벽커튼으로 가려진 턴 테이블에서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돌아갔다. 벽 자체가 자동으로 돌아가게끔 디자인을 해 모든 제품이 동일한 위치에서 소리를 낼 수 있게 했다. 주로 다른 회사들은 스피커를 보고 들으면서 평가를 하지만, 스피커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시험을 하게 되면 소리에 더욱 집중하게 돼 평가를 정확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오디오랩의 생각이다. 오디오랩 직원은 “눈과 관련된 변수를 없애고, 동일한 위치에 제품을 놓도록 해 편향성을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3개의 청음실을 들린 후 측정 시스템의 장비를 지닌 방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작은 제품부터 큰 제품까지 트랜지스터를 조절할 수 있는 장비가 있었다. 이곳은 컴퓨터로 측정하는 방과, 예전의 방식대로 귀를 이용해 헤드폰을 쓰고 소리를 측정하는 방으로 나눠졌다. 특히 오디오랩의 리스닝 소프트웨어는 6명의 엔지니어가 2년에 걸쳐 개발한 것이다. 현재 오디오랩의 엔지니어 중 한명은 측정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만 전담하게 돼있다. 289개의 측정항목을 10분내로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오디오랩 직원들이 오디오랩 시설과 장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앨런 디밴티 상무는 “프로세싱을 더 좋은 것을 쓴다거나 그런거 없이 독자적인 청음실과 측정시스템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자신했다.

오디오랩의 첫 성과물은 ‘CES 2015’에서 공개한 ‘무지향성 무선 360 오디오’ 제품이다. 이 제품은 어떤 공간에 위치해도 360도 전방위 입체 음향을 구현하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도 전용 앱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켰다.

또 오디오랩은 오디오 기기 외에 TV의 음질 튜닝도 진행해 삼성전자가 TV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음질 평가에서 15개 제품 중 13개 제품이 최고 등급인 엑셀런트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사운드바 시장에서도 오디오랩의 성과로 삼성전자는 2017년 23%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디오랩은 향후 하만의 오디오 기술력과도 시너지가 예상된다”며 “이번 CES 2018에서도 업체간 각축을 벌이며 화두가 됐던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AI) 대세화, 자율주행차 시대에 따른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시장 성장, 오디오기기와 전자디바이스간 연결성 확대 등으로 오디오 경쟁력의 중요성이 올라가면서 삼성전자 오디오랩의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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