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객미(客味)

다른 지방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전라도 지방에서는 음식에 뭔가 색다른 맛이 있을 때 “개미가 있다” 혹은 “계미가 있다”는 말을 한다. 어떤 이는 ‘갱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무슨 뜻일까? 우선 바른 말부터 찾자면 개미도 계미도 갱미도 아니고 ‘객미’이다. 한자로는 ‘客味’라고 쓰며 각 글자는 ‘손님 객’, ‘맛 미’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만 풀이하자면 ‘손님 맛’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예술은 전통적으로 ‘상외지상(像外之像)’, ‘운외지운(韻外之韻)’, ‘미외지미(味外之味)’ 등을 숭상해왔다. ‘外’는 ‘밖 외’라고 훈독하고 ‘之’는 흔히 ‘갈 지’라고 훈독하지만 ‘~의’라는 소유격으로 많이 쓰는 글자이다. 따라서 ‘~外之’는 ‘~밖의’라는 뜻이다.

‘像’은 ‘형상 상’, ‘韻’은 ‘운 운’이라고 훈독하는데 ‘소리의 운율감’, ‘시나 음악의 운율’, 사람이나 예술작품의 멋스러움인 ‘운치(韻致)’ 등을 뜻하는 글자이다. 그러므로 ‘상외지상’은 ‘형상 밖의 형상’, ‘운외지운’은 ‘운치 밖의 운치’, ‘미외지외’는 ‘맛 밖의 맛’이라는 뜻이다.

시나 산문 혹은 그림이나 음악에 직접 표현된 형상이나 운치나 맛 말고 그 이면, 즉 행간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형상과 운치와 맛을 그렇게 표현해온 것이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한 경우, ‘미재산함지외(味在酸鹹之外: 在있을 재, 酸실 산, 鹹짤 함)’, 즉 ‘참맛은 시고 짠 맛 밖에 있다’고 한다. 음식에 넣은 것은 식초, 소금 등인데 우러나온 맛은 신맛이나 짠맛만이 아니라 오묘한 다른 맛이 있을 때 ‘미재산함지외’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이처럼 ‘~지외’의 맛, 즉 ‘~밖의 맛’을 일러 전라도 지방에서는 ‘객미(客味)’라고 한다. 실은 객미가 진짜 맛이다. 2018년에는 우리네 음식에도 삶에도 객미가 더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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