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용 발생시키는 충격 아냐"
이날 공정위는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면서 삼성그룹이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형성된 신규 순환출자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2.11%)를 매각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2015년 공정위는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신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를 매각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매각 주식 수를 줄여달라는 삼성의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김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판결문을 보면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이) 삼성미래전략실에 성공한 로비의 결과’라는 게 적시돼 있다”며 “아직 확정판결 전이지만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순환출자 해석지침을 변경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삼성 SDI의 삼성물산 지분 처분이 삼성의 입장에서는 금액적 부담이 가장 적은 해소 방법”이라며 “실제로 삼성물산의 경우에는 추가적인 400만 주를 처분한다고 하더라도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오늘 핵심근거 중의 하나가 1심 법원의 판단이다. 판단이 2심과 대법원에서 바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대법원이 만약 다른 결론을 내려도 오늘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전혀 변화가 없나.
“물론 법원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지금 이 상황을 직접 다루고 있는 재판은 아니다. 그래서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1심 법원에서 인정한 사실관계가 크게 변경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법원이 판단을 일부 달리한다고 하더라도 공정위의 오늘 결정은 변경이 없을 것이다.”
△이번에 예규로 만드셨는데 시행령이 아닌 예규로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이 문제를 가장 완전하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행 법조문이 아까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너무 추상적이고 일부 충돌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법의 개정이 필요하고, 그 법의 개정을 전제로 해서 시행령이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단계에서 법률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시행령으로 옮겨가는 데는 또 많은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예규로 일단 하게 된 것이다. 주식의 매각 문제는 삼성물산이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수많은 소액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문제가 있어 기업 측에서 그러한 점을 충분히 감안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 시장의 충격을 줄이는 방향이라고 생각을 해서 판단하게 됐다.”
△롯데나 다른 기업들도 순환출자 문제가 걸려 있는데 예측 가능성에 문제는 없나.
“롯데그룹이 분할 합병을 통해서 지주회사 전환을 한 게 10월이다. 앞으로 한 4개월 정도 남아 있다. 그동안 실무적으로는 롯데와도 상황을 점검했다. 롯데그룹 측에서는 남은 4개월 동안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서 순환출자를 전부 다 해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그룹의 경우 그 예측 가능성의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4달이라는 유예기간이 아직 남아 있다. 한가지 사례가 현대자동차 문제인데, 해석기준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그룹에서는 조치나 아무런 변경이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삼성 케이스고 지금 현재로서는 롯데그룹인데, 크게 극복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비용을 발생시키는 충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로비혐의 인정한ㄴ 것인가.
“삼성의 청탁이라는 표현은 판결문의 사실관계 부분에 나온다. 그거에 대해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행정부의 판단이 어쨌든 기업에 전가시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도 누군가가 공정위 내부에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한 답변에서도 그렇고 오늘 이 사안에 대한 답변에서도 제 입장은 똑같다. 관련된 내부의 절차가 지금 진행 중이다. 이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문제도 관련된 재판들이 다수 진행되고 있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주기 바란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에 대한 고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나.
“특정 개인에 대한 판단 문제는 오늘 언급하기 어렵다. 그점 양해해달라. 시민단체 대표가 아닌 공정위를 책임지고 있는 기관장으로서 특정 개인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리기 어렵다.”
△롯데 건과 관련해서도 이번 법령이 적용된다고 했는데 혹시 그 고리가 어떤 것인지 설명이 가능한가.
“롯데의 경우 사실 지금 최근에 모 그룹 하나가 순환출자가 굉장히 많이 있는 경우가 새로 편입이 됐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가 제일 많다. 지금 65개 정도 남아있다. 그래서 이 롯데그룹의 문제를 판단하고 조치하는 과정에서 사실 순환출자와 관련된 거의 모든 케이스들이 다 다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 롯데 측에서도 공정위의 판단기준이 변경됐을 때 변경된다면 어떻게 해소해야 될 지에 대한 것을 이미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다섯 번째 큰 그룹이 그 정도의 조직적 역량은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규 제정 절차가 어떻게 되나. 이르면 올해 안에 제정될 수 있나. 2년 전에도 전원위원회에서 한 번 토의했다고 알고 있는데 형식이나 내용에서 절차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나.
“공정위가 예규안을 만들어서 행정예고를 한다.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최종안을 국무조정실에서 최종 절차 점검과정을 거친 다음에 확정하는 그런 과정을 거친다. 2년 전에는 토의안건이었고 이번 역시 토의안건이었다. 토의안건이지만 토의로 마무리할 수도 있지만 거기서 나온 결정을 결정, 합의의 사안으로 그 자리에서 결정할 수가 있다. 이번 토의에서는 토의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위원회의 의결로 결정한 것이다.”
△예규 제정 후에는 소급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지난번 2년 전에는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소급이 안 되고 이번에 예규로 바꿔놓으면 소급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인가.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 행정법 전문가들한테 폭넓은 의견수렴을 했는데 기본적으로 예규는 법규성이 없다. 행정사무의 내부처리 준칙이기 때문에 내부적인 귀속력만 있고 대외적인 귀속력이 없다. 시행령, 고시와 다르다. 다만 그것이 지침의 형태로 외부에 공개되기 때문에 적용대상이 되는 기업들한테는 신뢰 보호의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이것도 마찬가지로 예규가 절차를 거쳐서 확정되고 발표되면 그때부터는 기업들한테 정당한 신뢰 보호의 이익이 생기는 것이고 그걸 존중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15년의 가이드라인은 그런 것도 없었고 그 다음에 신뢰 보호도 없었다고 보여 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변경을 하고 소급해도 문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