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크레인정책···공사현장 “정부 헛다리 짚고 있다” 한숨

입력 2017-12-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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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업무과중 인한 피로누적 문제 심각…“공기 압박문화 해소·안전교육 강화를”

잇따른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 사고에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놨음에도 사고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열흘 사이 경기도 내에서만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건설현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올들어 타워크레인 사고가 이어지자 정부는 10월16일 생산된 지 20년 넘은 타워크레인을 사용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타워크레인 재해 예방 종합대책’을 서둘러 내놨다. 하지만 법 개정 등을 이유로 제도시행은 내년으로 미뤄졌고, 사고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 사망자가 발생한 타워크레인 중대사고는 5건(사망자 6명), 2014년에도 5건 발생해 5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에는 한 사람이 숨진 중대사고가 한 차례 발생했지만 그 이듬해인 2016년에 9건의 사고에서 10명이 숨지며 크게 늘었다. 올해는 평택 사고를 포함 6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17명이 사망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중대사고가 늘어난 시점은 건설경기 호황을 맞아 국내에 타워크레인 도입이 활발해진 시기와 맞물린다. 대한건설기계협회의 올해 9월말 기준 통계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타워크레인은 6074대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3000대 내외를 유지하던 타워크레인이 2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때문에 건설현장에서는 이같은 사고 증가 원인을 결국 근로자들의 피로와 업무과중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A대형건설사 현장관계자는 “최근 사고가 이어지면서 현장에서도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사실 어느 방법도 뾰족한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크레인 조립·해체 인력에 대한 교육 강화 등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드론을 이용해 해체 작업을 체크하는 경우도 있고 LH 공사의 경우 해당 현장 관리자는 물론 같은 권역 안전관리자들을 모아서 크로스체크 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고를 막지 못하고 있다. 최근 크레인이 급속도로 증가한 것에 비해 크레인 조립·해체 인력은 크게 늘지 않은 것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2013년 말부터 시작된 주택시장 호황으로 크레인이 많이 도입됐는데 최근 크레인 사용이 끝난 현장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해체 인력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B건설사 현장책임자는 “최근 겨울이 되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풍속을 넘어서거나 눈·비가 오면서 해체작업 일정이 밀리기 일쑤”라며 “해체팀 인력은 한정된 상태인데 일감이 밀리다보니 이들의 피로누적이 가중되고 정해진 공사시간이 지나도 작업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내구연한 제한 등이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평택사고 크레인의 경우 2007년 제조돼 생산된지 10여년에 불과한 모델이다. B건설사 현장책임자는 “정부가 내놓는 정책이 영향이 없지는 않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사고 때마다 ‘땜질식 처방’ 마련보다 공기압박 문화, 부실한 안전점검 등 사고의 원인과 배경 등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구성헌, 이신철 기자

사진설명: 최근 연이은 타워크레인 사고에 정부가 종합대책 등을 내놨지만 건설현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방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8일 발생한 평택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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