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윤석헌 금융혁신위원장 “키코 대응 명백히 잘못…당국 반성해야”

입력 2017-12-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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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교수가 20일 정부서울청사 통합브리핑실에서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출처=금융위원회)

“키코(KIKO) 사태에서 금융감독당국 대응은 명백히 잘못됐다.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열린 최종 권고안 발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키코에 대해서는 이미 민사소송에서 대법원 판결이 존재하는 만큼 혁신위에도 부담이 커 전날까지 13명 위원간 격론이 오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벌어진 대규모 고객 피해라는 점에서 금융회사는 물론 키코 피해 확산을 막지 못하고 차후 제재에도 소홀했던 감독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하 윤석헌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Q. 키코 상품 자체의 사기성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의 전면 재조사가 필요한 것 아닌가? 금융감독원의 ‘대고객 거래가격’에 대한 잘못된 유권해석이 키코 대법원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이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이 필요하지 않나.

A. 민사소송에 한정이지만 대법원 판결이 이미 있어서 혁신위 운신의 폭이 굉장히 좁았다. 이번 권고에서 상품 자체보다는 감독당국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이유다. 그럼에도 보고서에 상품의 사기성에 관한 여러 가지 해석을 제시한 것은 그 만큼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의미다. 이처럼 복잡한 상품에 대해 고객에게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점은 물론이고 판매한 은행 조차 제대로 상품을 이해하고 있었는지 의심된다. 그럼에도 단도직입적으로 키코 사태에 대한 혁신위의 입장을 묻는다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주체가 은행이기 때문이다. 약국이 환자에게 검증되지 않은 시약을 권한 것과 같다고 본다. 약사도 그 시약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모르면서 손님이 어떻게 되든 말든 판매한 것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 혁신위 내 반대파) 키코의 사기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금융당국 등 사람마다 시각이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법원의 판결이다. 법원에서는 2013년 민사적으로 키코가 사기상품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감독당국이 재조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 대고객 거래가격에 대한 유권해석이 타당한지 여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권해석 자체는 행정부 고유의 권한이다. 그 타당성을 따지는 것 역시 법원에서 행정소송 등을 통해 처리될 문제라고 본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혁신위 내 찬성파) 대법원 판결도 있고 금융위의 유권해석도 있지만 그것을 다 전제하고만 본다면 우리가 무엇을 혁신할 수 있겠냐 생각했다. 운신의 폭이 너무나 좁아진다. 또한 혁신위는 집행당국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의 변화 등을 시도하는 데 있어서 실질적 어려움까지 고려해 혁신의 내용을 희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삼성 차명계좌 이슈도 이러한 측면에서 차명으로 개설된 비실명계좌에 대해 실소유주가 밝혀졌을 때는 차등과세는 물론 과징금까지 부과하는게 옳다는 의견을 포함시켰다. 대법원이 판단했다고 해서 다시 볼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법·행정 시스템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과연 잘 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Q. 이번 권고안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금융 사건들이 담겼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금융당국의 소통이 부실했거나 해석상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을 뿐 근본적으로 적법하지 않은 일처리를 했다는 점에 대한 지적은 없다.

A. (고동원 교수) 차명계좌 문제에서 유권해석에 관한 부분은 적법성 문제라기 보다 입법이 명확하지 않은 데서 문제가 있다고 봤다. 해석이 타당한 지 여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유권해석의 문제는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하고 금융실명제 관련해서는 제정 초기부터 차명계좌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돼왔던 부분이다.

Q. 이번 권고안은 실효성이 있나? 최종구 금융위원장과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나?

A. 최 위원장은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다만 금융위는 혁신위가 언급한 내용을 직접 집행해야 하는 입장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 규정 등을 고려해 실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저희는 세부적인 사항보다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Q.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는데.

A. 케이뱅크 인가 자체가 도마위에 올랐고 행정 절차상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지적한 상황에서 이를 모두 덮고 갈수는 없다. 케이뱅크가 은산분리 완화에 기대지 말라고 한 것은 그 자체적인 매력을 보여주길 바란 것이다. 케이뱅크 스스로가 은산분리 완화와 관계없이 인터넷은행 자체적인 발전 모델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본다.

Q. 초대형 투자은행(IB) 규제 강화를 언급한 이유는?

A.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초대형 IB가 필요하다고 해서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IB의 업무인 IPO, M&A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기존 상업은행이 하던 대출을 하고 있다면 그만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Q. 공공기관에는 노동이사제를 민간기관에는 근로자 추천이사제를 추천했다. 그 이유는?

A. 금융공공기관은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반면 민간 금융기관은 근로자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다른 주주들의 입장도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추천하는 사람이 참여하는 게 어떨까 논의했다. 다만 이는 상법의 회사법 체계와도 관련이 있어 정부기관과 금융회사 내에서 논의를 거쳐 도입하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Q. 거래소의 지배구조 문제를 특별히 지적한 이유는?

A. 거래소는 100% 민간소유이지만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 지배구조가 차별화될 필요가 있고 좀 더 중립적이어야 한다.

Q. 금융회사 CEO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A. 이 부분에 대해 논의 했고 실제 몇 년으로 제한하자는 구체적 안까지 나왔지만 결국 접었다. 그런 부분까지 못박는 것은 궁극적으로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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