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재판 마무리되자 증인 출석… 검찰 질문에 훈수 두다 제지 받기도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현식 부장판사) 심리로 20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15차 공판에서 최 씨는 적극적으로 반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 씨를 상대로 "(정유라 승마 지원을 해준) 이 부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요청한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최 씨는 "말 값이나 말에 대해 대통령께 이야기한 적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맞섰다.
특검팀이 "지난해 2월 14일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이 부회장과 단독 면담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대화한 사실이 있냐"고 묻자 "증거가 있습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그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무시하는 이야기 같다. 저는 기업 총수 면담에 관심 없다. 뭘 얻을게 있다고 관심이 있겠나"며 받아쳤다.
최 씨는 특검팀의 기선 제압에 눌리지 않으려는 듯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답답한 게 독일을 갔다 오든가, 말(馬) 연구한 검사가 나오든가 해야 하는데 (특검이) 너무 돈으로 밀어붙인다", "처음부터 유라를 위한 지원은 아니었다", "삼성 회사 문제는 저한테 물어볼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또 자진해서 1심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이유를 얘기했다. 그는 당시 "딸 유라를 새벽 2시에 여자 수사관도 없이 특검이 데려가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어서 소위 말하는 멘붕 상태였다"며 그점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부회장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진 증인신문 내내 꼿꼿한 자세로 지켜봤다. 눈을 감고 있던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최 씨 증언 중 삼성 관련 언급이 있을 때마다 인상을 찌푸렸다.
한편 오는 27일 박 전 대통령 증인신문만 남겨두고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재판을 거부하는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이날 피고인신문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길어질 경우 다음날인 28일까지는 결심공판을 끝내겠다는 게 재판부 계획이다. 선고기일은 연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묵시적인 청탁과 함께 89억 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