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진출 22년 만에 베트남 국영기업들을 모두 제치고 자산과 매출 기준 ‘1위 기업’이 된 삼성전자가 베트남 경제를 이끄는 주력 기업으로 부상했다.
최근 베트남 현지 언론 베트남넷과 베트남리포트(VNR)가 공동으로 발표한 500대 기업 리스트에 따르면 삼성전자 베트남(SEV)가 1위를 차지했다. 베트남 리포트는 2007년부터 매년 자본·매출·이익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500대 기업 리스트(VNR 500)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베트남이 VNR 500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베트남은 2012년 4위를 기록하며 톱5 리스트에 처음 이름을 올린 후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위에 머물렀다. 특히 이번 순위가 더욱 특별한 것은 배트남 현지기업을 제외한 해외기업이 1위를 한 것은 최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995년 베트남 호치민에 법인을 설립한 이후 20년 동안 휴대폰, TV, 세탁기 등 주력상품 대부분을 생산해왔다. 2008년 박닌성 옌퐁공단에 휴대폰 공장을 지은 삼성전자는 현재 규모를 확대해 연간 1억 대 이상의 스마트폰과 피처폰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베트남(SEV)은 주로 가전제품을 생산하며, 삼성전자 베트남 타이응우옌(SEVT)은 휴대폰을 만든다.
또 2014년 10월에는 호찌민에 위치한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에 TV 중심의 소비자 가전(CE) 복합 단지를 건설했다. 소비자 가전 복합 단지 규모는 70만㎡(약 21만 평)로 투자 금액만 5억6000만 달러(약 6109억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올해 3·4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36조4191억 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SEV와 SEVT의 누적 매출액은 각각 14조5949억 원, 21조8242억 원이다. 지난해에는 두 법인이 합쳐 연간 누적 매출액 42조99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수출 공장의 연간 수출액은 500억달러(약 55조 원)에 달하는데, 이는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2%에 해당된다. 무역협회는 호치민시와 베트남 북부 박닌, 타이응웬 투자 프로젝트를 포함해 삼성전자의 대 베트남 투자규모는 173억 달러(약 19조 원)로 현지 최대 투자기업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진출 이후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등 그룹 내 전자 계열사는 물론 협력 업체 수백 곳이 함께 진출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들은 베트남에서 이미 16만 명의 인력을 고용했고, 간접 고용 인원(협력업체 직원 제외)까지 합치면 18만 명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최근에도 베트남에서 2200여명을 뽑기 위해 대졸 공채를 실시했다.
삼성전자는 동남아 시장에 특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베트남에서 TV,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한류 콘텐츠와 접목한 TV플러스 서비스를 베트남에서 시작했다. TV플러스는 삼성전자가 선보인 가상채널 서비스로 스마트TV와 인터넷이 연결돼 있으면 각종 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CJ E&M의 ‘tving TV’ 채널 ‘엠카운트다운‘, ‘가창력 끝판왕’, ‘HOT 보이그룹 특집‘, ‘HOT 걸그룹 특집’ 등 K팝 채널 4개로 베트남에서 TV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한류스타 무대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봐야 했던 베트남 팬들은 삼성 스마트 TV의 TV플러스를 통해 고화질 영상으로 K팝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휴대폰의 경우 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많이 활용하는 베트남 특성을 반영해 갤럭시J 시리즈에 ‘S-바이크 모드‘를 탑재했다. 이는 오토바이 운전 중 전화가 오면 메시지가 자동 응답해주는 기능이 있다. 최근에는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 등 프리미엄 폰도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최대 투자기업 답게, 지난달 동남아 최대 규모의 B2B(기업간 비지니스) 종합전시관을 베트남 호치민시에 세웠다. 총 면적 700㎡ (전시장 500㎡, 교육센터 200㎡)의 전시관은 ‘스마트 도시로의 여행’을 주제로 관람객들이 B2B 환경에 맞는 다양한 제품군과 스마트 솔루션을 경험할 수 있도록 총 10개(레스토랑ㆍ학교ㆍ교통ㆍ게임ㆍ패션ㆍ호텔ㆍ오피스ㆍ공장ㆍ홈ㆍ시스템 에어컨)의 체험 공간으로 구성됐다.
삼성전자는 이 전시관을 통해 베트남뿐 아니라 동남아 전 지역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삼성전자의 최첨단 B2B 솔루션 관련 총체적인 경험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상호 성장을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과 비전을 공유할 계획이다.
또 이 전시관은 주요 거래선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다양한 세미나와 워크샵뿐 아니라 시스템 에어컨 등 전문 지식이 필요한 제품의 실습 교육장으로 운영해 거래선들을 전방위로 지원할 예정이다.
김철기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장 상무는 “B2B 사업은 삼성전자의 중요한 미래 사업으로 이번 종합전시관 개관을 통해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삼성전자의 혁신적인 B2B 솔루션과 미래비전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최고의 B2B 솔루션과 제품을 제공해 B2B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