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새해 예산안 지각통과와 여소야대

입력 2017-12-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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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새해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기고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이를 두고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로 여소야대(與小野大)를 들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전인 2016년 4월까지만 하더라도 국회는 여대야소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야 합의가 안 돼, 예산안이 자동 부의돼 표결에 부치더라도,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컸다. 여당이 의석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소야대일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예산안에 대해 여야 간의 합의가 안 돼 예산안이 자동 부의될 경우, 표결에서 정부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번에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통과가 무산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발목 잡기라는 논지를 편다. 여소야대가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불합리한 면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는, 여소야대라는 것이 대통령제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한 핵심 요소 중의 하나라는 점이 간과돼 있기 때문이다. 모두 알다시피 대통령제는 3권 분립과, 분립된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이 그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의회가 행정부의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여소야대가 일반적인 현상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

또한 민주주의란 효율성을 추구하는 제도라기보다는 가장 효과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제도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소수 의견도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그뿐만 아니라 상대를 설득하고 상대와 타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런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효율성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요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야당의 존재감이 너무나 미미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지금 야당의 지지율은 더 이상 하락할 수도 없을 만큼 약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당들은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명분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즉, 지금과 같이 지지율이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상황에서는 ‘명분’이라도 챙겨야 장기적으로 재기를 도모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은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래서 야당들은 공무원 증원 문제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국가 지원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일 것으로 생각했다.

이 점에서 판단하면, 이번의 새해 예산안의 경우 여야 간의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야당의 입장에서 양보하거나 밀려버리면 명분도 챙기지 못하고 존재감도 과시하지 못한 채, 역풍만 뒤집어쓸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야당 입장에선, 끝까지 버텨서 비난의 역풍을 맞아 봤자 지금보다 더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명분이라도 건지자는 전략을 끝까지 견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타결 내용을 보면, 여당의 주장이 상당히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국가 지원 예산도 그대로 통과됐고, 공무원 숫자는 여당의 주장보다 줄기는 했으나, 9000명이 넘는 상당한 규모의 증원에 야당이 합의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야당의 존재감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타협은 정치에서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 야당의 상황에서 타협이란 때로는 굴복으로 비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국민은 야당의 모습을 더욱 초라하게 볼 수도 있다. 앞으로 여야 관계가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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