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5년, 정책 홍수속 전국 집값 상승 부채질

입력 2008-02-2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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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 5년새 43% 상승…규제 집중포화 대상 ‘재건축’ 가장 많이 올라

오는 2월 25일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막을 내린다. 국가균형발전과 함께 부동산 안정을 위해 강력한 투기억제 정책을 펼쳤던 참여정부 임기 5년 동안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참여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10.29, 8.31, 3.30대책 등 굵직한 주요 정책만 해도 12가지가 넘는 수많은 부동산 안정대책들을 쏟아냈지만 이러한 정책의 홍수 속에서도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값 상승의 주요 근원지로 각종 규제의 집중적인 타깃이 되었던 강남권과 재건축 아파트는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여 사실상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스피드뱅크는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2월 이후 현재까지 전국의 각 시도별 아파트(주상복합 및 재건축 포함)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지난 5년간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34.85%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신도시 지역이 56.13% 올라 서울(43.35%)을 제치고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경기도가 37.57% 상승했고 충남이 31.98% 오르며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 행정복합도시 및 고속철도 개통 등 각종 개발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대 광역시의 경우, 대전(19.92%), 대구(17.61%), 광주(10.42%), 울산(8.47%), 부산(8.15%) 모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비해 월등히 낮은 상승률에 그쳐 수도권과 지방간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됐음이 드러났다.

각 시·군·구 지역별로 볼 때 수도권에서 아파트값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분당으로 참여정부 출범 이후 78.4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강남구가 71.05%, 송파구가 70.96%, 용인시가 68.17% 순으로 뒤를 이었다.

분당의 경우, 강남권 재건축이 소형평형의무비율과 개발이익환수제 등 각종 규제를 맞은 2003년 9.5대책 전후와 2005년 2.17대책 이후 대체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반사이익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대형에 대한 기대심리가 늘면서 집값이 상승세를 탔고, 판교신도시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분당선 연장 등의 다양한 호재들이 겹치면서 동시에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강남구와 송파구 등 강남권은 재건축 아파트들이 중심이 된 가운데 일반아파트로도 가격 상승세가 확산되면서 참여정부 임기 내내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재건축에 집중된 규제는 오히려 공급 부족을 초래해 희소가치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세를 일으켰다.

특히 참여정부 내내 부동산 안정대책의 가장 집중적인 포화를 맞았던 재건축 아파트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며 전체 시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53.82% 올라 일반 아파트(42.13%)에 비해 상승폭이 훨씬 컸다. 지역별로는 송파구가 119.24% 상승해 참여정부 이전에 비해 아파트값이 2배 이상 뛴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강남구가 82.60%, 강동구가 71.29% 상승해 주요 재건축 단지가 집중된 강남권이 일제히 1~3위를 기록했다.

참여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력한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들을 쏟아냈다. 지난 5년 동안 굵직한 정책만 12건이 넘게 발표돼 4개월에 한번 꼴로 중요한 정책들이 나온 셈이다.

2003년 수도권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분양권 전매를 금지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은 5·23대책을 시작으로 재건축 소형평형의무비율을 담은 9.5대책이 이어졌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대책이 발표된 직후에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 했으나 오래가지 않아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집값은 대책전보다 더 치솟는 기현상을 일으켰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주택거래신고제 등 각종 규제들을 집대성해 발표한 10.29대책과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실거래가 과세, 종부세 과세대상 확대 등을 주된 내용으로 담은 2005년 8·31 대책은 부동산 안정대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 역시도 약발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처럼 수많은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집값이 상승한 것은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면서 시장경제논리에 따른 해법이 아닌 인위적인 규제 정책으로 일관한 데에 문제점이 있다. 집값이 오른 특정 지역과 단지에 집중적인 규제정책을 가하다보니 규제를 피하는 곳들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보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고, 정책에 정책을 반복하다보니 웬만한 정도로는 꿈쩍도 않을 만큼 시장의 내성만 커지게 된 것이다.

또 재건축 규제로 도심의 주택공급이 크게 부족해진 점도 집값을 상승시킨 원인이 됐다. 결국 과도한 반(反) 시장적 규제 정책들이 오히려 다양한 부작용들을 일으키면서 시장을 왜곡시킨 셈이 됐다.

더구나 행정복합도시를 비롯해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각종 개발 계획도 집값은 물론 땅값 상승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참여정부 정책 방향의 핵심이었던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이라는 취지 자체는 옳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 개발 정책이 저금리기조에 따른 과잉유동성으로 인해 오히려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된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동산을 통한 투기성 이익을 줄이고자 했던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특히 실거래가에 기반한 거래신고제도와 과세체계를 도입해 시장 투명화와 선진화를 도모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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