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꿈ㆍ열정 담을 평창으로”
전수경 “성화·올림픽 의미 녹아들게 만들려 해…이 노래가 불씨 돼 대한민국이 빛났으면”
인순이 “아테네서 채화됐지만 이제 우리 것…세계의 손님 부르는 잔치 ‘영차영차’ 해요”
아이돌 그룹 비투비 민혁과 리믹스 버전도 녹음 ‘웅장하게, 찔러주는 느낌으로, 신나게’
72일 후면 평창 동계올림픽이 시작된다. 100여 개국 6500여 명이 출전한 가운데 2018년 2월 9일(금)부터 25일(일)까지 17일 동안 열리는 세계인의 겨울 축제다. 1988년 하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은 다시 올림픽을 개최한다. 개폐회식과 대부분의 설상(雪上) 경기는 평창, 빙상 종목 전 경기는 강릉, 알파인 스키 활강 경기는 정선에서 각각 개최된다.
그런데 입장권 판매율이 같은 기간 대비 2014년 소치올림픽보다는 높지만 전 국민적 관심은 아직도 부족하다. 11월 1일 국내에 들어온 성화가 전국을 돌면서 참여의 열기와 관심의 온기가 조금씩 올라가는 중이다. 성화는 제주 부산 울산 경남 전남 광주를 거쳐 지금 전북 일원에서 봉송되고 있다.
별도 주제가 없어 ‘평창’ 유일의 공식 노래
주제가가 따로 없는 평창올림픽에서는 성화 봉송 주제가가 유일한 공식적인 노래이다. 전수경(全修暻) 작곡, 안경진 작사, 인순이 노래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 이 노래가 지금 성화와 함께 전국을 누비고 있다.
노래를 작곡한 전수경 씨와 가수 인순이 씨를 지난 주말 서울 강남의 전 씨 사무실과 스튜디오에서 함께 만났다. 인순이 씨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국민가수. 독보적인 가창력과 열정으로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미디어 사운드 프로덕션 ㈜키이츠서울의 부사장 겸 음악감독인 전 씨는 경희대 겸임교수도 맡고 있는데 ‘광고음악계의 여왕’으로 잘 알려진 실용음악 전문가이다. 뮤지컬 가수 전수경(全秀卿) 씨와는 한글로 동명이인이다.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에서 실용음악 작곡을 전공하고 이화여대 실용음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기업 로고송, 뮤지컬 편곡 및 음악 제작, 2016 현충일 충혼식 음악감독 등 경력이 정말 다양하다. 고교 교과서 ‘음악과 사회’ ‘음악과 생활’의 전제 집필 편집 및 감수를 한 일도 있다. ㈜키이츠라는 이름은 ‘나이팅게일에게’라는 시로 유명한 영국 시인 존 키츠에서 따온 것이다.
-이 곡의 작곡 배경과 가수 선정 경위가 궁금합니다.
전수경=“2012년 핵안보 정상회담 주제가(peace song, 노래 박정현)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게 계기가 됐는지 지난해 평창올림픽 조직위로부터 작곡 의뢰를 받았지요. 2018 평창대회의 성화가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꿈과 열정, 그리고 미래를 비춰 모두의 잠재력을 밝히고,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의미를 담으려 했습니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고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을 만들려고 했지요. 가수는 제가 평소 인순이 씨를 좋아하는 데다 이분 노래를 젊은 친구들도 좋아하고 나이 드신 분들도 좋아해서 적극적으로 추천해 결정됐습니다.”
인순이=“내가 선정됐다는 말을 듣고 처음엔 깜짝 놀랐어요. 우리나라에서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의 성화 봉송 주제가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주제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과 성화 봉송 행사에 관심을 갖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곡을 쓸 때 어떤 부분을 가장 고려했나요?
전=“성화의 의미에 올림픽의 취지가 잘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사가 최대한 잘 들리는 건 물론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이라는 점에서 쉽게 기억할 수 있게 하는 멜로디를 찾아내려고 고심했지요.”
-잘됐다고 생각하나요?
인=“노래를 부르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따라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렛 에브리원 샤인(Let everyone shine)!’ 하고 외치면 다들 따라 하십니다. 외국인을 만나든 아이를 만나든 어른을 만나든 다 따라 합니다. 마이크를 넘기면 그 부분을 다 함께 불러요. 사실 노래는 어느 한 부분만 기억할 수 있다 해도 성공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적 관심·스포츠 마케팅 아직은 부족
이들은 인터뷰 이후 12월 1일 출시를 목표로 좀 더 빠른 버전, 이른바 리믹스(Remix) 버전을 아이돌그룹 비투비의 민혁과 함께 녹음했다. 아이돌 가수 민혁과 국민가수 인순이의 만남이다. 인순이는 이 새로운 버전의 노래를 ‘웅장하게’, ‘찔러주는 느낌으로’, ‘신나게’ 부를 거라고 했는데 아마 그 이상으로 잘했을 것이다. 스키가 쫙쫙 뛰어오르고, 빠르고 신나게 봅슬레이를 타는 모습에 이 노래가 신나게 흘러나오는 것을 상상하면서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게 많다. 평창올림픽 자체보다 평창올림픽 기념 롱 패딩에 눈길과 인기가 쏠리고, 종전의 거대 스포츠 행사 때와 달리 기업의 홍보관 운영을 비롯한 스포츠 마케팅이 너무도 부진하다. 작년 가을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촛불시위와 대통령 선거로 나라가 온통 격랑에 휩쓸리면서 스포츠 행사 후원과 평창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기 어렵게 돼버렸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엑스포와 비교하면 대기업의 참여율은 반토막이다. 2012년 여수 엑스포 하나만 놓고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다른 악재(惡材)도 많다. 북한의 도발이 외국 선수단을 불안하게 하고, 혹한에 바가지요금, 게다가 AI(조류인플루엔자)까지 겹쳐 평창의 성공을 위협하고 있다. 대회 기간 내내 눈이 얼마나 많이 와줄지, 이것도 큰 걱정거리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남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하는 국민이 아니었던가. 88올림픽 때도 정쟁(政爭)과 갈등이 심했지만 우리는 세계인의 축제를 보란 듯이 잘해냈다. 2002년 월드컵의 응원 열기야 새삼 거론할 것도 없다.
1988ㆍ2002처럼, 국민의 힘 모으면 가능
-책임감도 크지만 걱정이 많겠군요.
인=“그리스까지 가서 성화를 받아올 때 그 불이 얼마나 성스러운 것인가를 절감했어요. 그리스 사람들이 ‘아테네에서 채화되긴 했지만 이제 여러분의 것입니다’라고 말할 때 지금부터 잘하고 못하고는 순전히 우리 책임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노래를 부를 때 중간중간 평창에 많이 와 달라고 얘기합니다. 이 말을 늘 빼놓지 않고 하고 있지요. 우리는 정말 성공해야 합니다. 30년 만에 하는 큰 행사이니 많은 사람들이 동계올림픽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우리가 손님을 부르는 큰 잔치이고 축제이니 주인 입장에서 모두가 함께 영차 영차 했으면 좋겠습니다.”
전=“성화 봉송을 통해 열정과 희망의 메시지가 공유되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월 9일 개막 때까지 성화가 봉송되는 기간에 쓰일 수 있는 모든 음악을 저희 회사가 만들고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뭐든 다 제공하고 있습니다. IMF 때 전 국민이 나섰던 금 모으기 운동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 한국인은 힘을 모으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이 노래가 불씨가 돼 가사 그대로 모두를 빛나게 하고, 그래서 대한민국이 빛났으면 좋겠습니다.”
임철순 주필 fusedtree@
공동취재 이꽃들 기자 flowerslee@
Let everyone shine
여기 모인 우리 모두 하나의 꿈이 있죠
다시 일어날 이 순간 하나의 불꽃을 따라가요
가슴 깊은 곳 숨겨둔 빛나는 꿈을 꾸며
힘찬 한 걸음 한 걸음 자 이제 뛰어 봐요
그 빛나는 꿈들이 모두 모여 하나의 불꽃으로 함께할 때
Let everyone shine Let everyone shine and shine
이 세상 그 어디든 밝게 비추리
Let everyone shine Let everyone shine and shine
이곳에서 그대를 비추리 올 더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