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불법 사찰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는 우병우(50·사법연수원 19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9일 검찰에 출석했다. 우 전 수석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날 오전 9시 54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 모습을 드러낸 우 전 수석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제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헤쳐나가는 것도 제 몫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불법 사찰과 비선 보고 혐의를 인정하냐"고 묻자 "검찰에서 충분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했느냐",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왜 통화했나"는 등의 질문에는 특별히 대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상대로 국정원을 통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고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인 '블랙리스트'를 기획·작성한 경위를 캐물을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최윤수(50·사법연수원 22기) 전 국정원 2차장, 추 전 국익정보국장 등과 공모해 이석수(54) 전 특별감찰관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혐의 등을 받는다. 추 전 국장은 지난 22일 국정원법상 불법 정치관여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26일 우 전 수석과 '공범'으로 엮인 최 전 차장을 불러 조사했다. 최 전 차장은 우 전 수석 서울대학교 법학과 84학번 동기로, 친밀한 사이로 알려졌다.
최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에게 비선 보고한 사실을 알았다고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