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 강조하다 보니 違憲요소…수사·기소권 지닌 행정권력, 행정부인 법무부 아래 둬야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권 편을 들지 않는 중립성을 갖춘 검찰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도적으로도, 외부에서 보는 검찰에 대한 시선이 바뀌지 않은 채 이렇게 수사를 하면 다음 정권에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을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치열하다. 찬성 측은 문재인 정부 ‘국정개혁 100대 과제’에 공수처가 포함된 이상 계획대로 올해 안에 근거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10년간 논의하고도 도입이 안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투데이는 23년 5개월여 검사생활을 마무리하고 최근 변호사로 개업한 이완규(56·사법연수원 23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를 만나 검찰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 변호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평검사와의 대화’에 참가했던 인물로, 검찰 재직 당시 법이론 전문가로 유명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의 눈에 비친 검찰은 무소불위 권력일까. 이 변호사는 “검찰이 나선 수사들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수사가 많았다”며 “그렇다 보니 큰 권력으로 느껴진다. 무소불위 검찰도 그런 의미”라고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개혁 논의의 배경을 인지수사가 많은 데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는 “제도적으로 보면 대한민국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 같은 권한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게 아니고, 독일과 일본이랑 비슷하다”고 말했다. 다만 “대한민국 검찰이 유난히 선진국보다 인지수사가 많다”며 “기본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하는 게 맞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인 공수처 근거 법안은 총 4건이다. 대다수 법안은 검찰 역사상 첫 현직 검사장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남긴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 사건이 불거진 후 지난해 발의된 법안들이다. 법무부도 개혁위원회 권고안을 바탕으로 공수처 신설 자체 방안을 담은 공식 입장을 낸 바 있다.
이 변호사는 이 법안들의 민주적 정당성 문제를 우려했다. 그는 “어떤 권력기관이든 목적이 좋다고 해서 아무 수단이나 사용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법의 틀 안에서 과연 어떤 기구가 타당한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의 뜻에 맞게 행사돼야 하는데, 3권분립 원리대로라면 공수처가 입법, 행정, 사법 중 어느 한 곳에는 속해야 한다는 게 이 변호사의 생각이다. 이 변호사는 공수처의 독립성을 강조하다 보니 위헌적 요소가 생겼다고 보고 있다.
이 변호사는 지금 논의되는 공수처 안이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 대상 범죄가 1년에 10건이 안 될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에 평소에 공수처가 할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신설 후 몇 년간은 특히 판, 검사를 상대로 한 진정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로 공수처가 수사할 만한 사건은 얼마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사 대상을 공무원 일정 급수 이상으로 끊는 방식으로 수사기구를 두는 발상도 위험하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군검찰, 군사법원처럼 영역을 구분해 공직비리, 부패범죄 전부를 다 관할하는 방식으로 상설기구를 둬야 한다”며 “조문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것은 기구 자체가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 처음에 1급 이상 공무원 범죄였다가 점차 대상 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연간 사건 수가 몇 건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아 늘어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검찰 개혁 방안으로 인사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법원 개혁 방안으로 법관 인사 이원화 등의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검찰 개혁 논의에서 인사 문제는 주목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를 할 때 검찰총장 의견을 일부 반영해 청와대와 최종 조율한다”며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지닌 서울중앙지검장, 1·2·3차장, 특수부장 등 요직에 누구를 보낼지 정할 때는 객관적으로 공정성을 띠는 검찰인사심의위원회를 통해서 정하자”고 제안했다.
인지부서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도 이 변호사의 생각이다. 이 변호사는 “특수수사를 하지 못하면 루저로 여기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며 “인력이 모자란다고 이야기하지만 독일,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검사 수가 2000명이 넘으면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마도 1982년 장영자 사건 이후 대한민국 검찰이 기업수사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며 “특수부를 줄이고 형사부를 전면 배치해서 국민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일반형사 사건에 인력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 변호사의 주장이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 변호사는 “이쯤 되면 막 가는 거죠”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로 유명세를 탔던 2003년 ‘평검사와의 대화’에 참여했다. 당시 대검 연구관이었던 이 변호사는 그 자리에서 검찰 인사시스템 개선을 이야기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검사들이) 다소 무례한 모습을 보였지만, 검사들의 대화를 다 이어보면 결국 인사를 공정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법률가라 기대가 컸지만 아쉬움이 있었다”며 “중요한 것은 법치주의를 확보하는 것인데,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걷어내는 인사를 하면서 결과적으로 개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내에서 ‘자치경찰과 연계된 수사권 조정 방안’을 마련할 때 자신의 의견을 내고 함께 구상했다. 그는 “자치경찰이 제대로 자리만 잡는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구조라 검찰이 수사를 지휘하지 않아도 민주적 정당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며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에 있는 경찰 또한 통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문무일 검찰총장 취임 후 검찰 개혁에 대해 “속도 면에서 아쉽다”며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무렵에는 적폐청산 수사도 마무리되고 문 총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법 이론을 연구하고 글도 쓸 생각이다. 독일 유학을 계기로 검찰제도 연구에 관심을 뒀다. 그는 최근 검찰의 분위기를 안타까워하며 후배 검사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배 이야기를 할 때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변호사는 “권력자들, 특히 청와대의 뜻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검찰의 모습이 진정한 검찰”이라며 “(재직기간) 그런 검찰을 보고 싶었고, 그걸 못 봐서 아쉽지만 후배들이 앞으로 그렇게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대한민국 검찰이 통제는 받아야 하지만 정말로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합니다. 청와대에서 하명 수사가 내려왔는데, 검찰총장이 이런 수사는 국가운영이나 사법정의에 맞지 않아 적절치 않다고 거부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 검찰, 이제는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검찰 내 법이론 전문가’ 이완규 변호사는 누구
올해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이완규 변호사는 얼마 전 법무법인 동인에 둥지를 틀었다. 검찰 출신 변호사를 대거 영입한 동인은 형사송무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23기를 수료한 뒤 검사로 임관한 이 변호사는 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대검 검찰연구관, 청주지검 제천지청장, 대검 형사1과장,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등을 지냈다. 지난 8월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을 마지막으로 검사복을 벗었다.
‘독일 검찰제도의 역사와 전망’, ‘검사의 지위와 객관의무’, ‘검사 동일체 원칙과 관련된 몇 가지 오해’, ‘피고인의 경찰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경찰관 증언의 증거능력’ 등 다수의 논문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