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이 총에 맞은 병사를 병원에 보내지 않고 살인범으로 몰며 가혹 행위까지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권위는 지난 1986년 해병대에서 복무하다 만기 전역한 A씨가 제기한 진정을 받아들여 해당 사건을 면밀하게 재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보훈보상대상자 선정 등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방부 장관에게 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1985년 8월 7일 해병대 막사에서 한 방위병은 A씨의 발목에 소총을 발사했다. 해당 병사가 A씨를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병장으로 오인한 것이다.
이후 이 병사는 수류탄을 터트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A씨는 사건 발생 후 약 1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유치장에 구금돼 헌병대로부터 수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달 14일 A씨의 생일을 맞아 면회를 간 부모가 항의하자 그제야 입원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진정인이 관통상을 입었는데도 즉각적인 입원 등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고 유치장에 감금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헌병대 조사 과정에서 살인범으로 몰리며 자백을 강요받았고, 쇠파이프 폭행·고문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다. 인권위 조사에서 A씨와 같은 부대에 있었던 참고인들은 "A씨가 폭행당하는 소리를 들었으며 그의 몸에 멍이 들어있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헌병대가 연대장과 통화하며 '폭행을 통해 자백을 받으려 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말을 했다" 등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참고인들이 A씨가 조사받던 장소를 정확히 기억하는 등 A씨 주장이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된다"며 "당시 수사 중 발생한 고문·폭행 등 진정인 주장에 대해 더욱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A씨의 진정이 사건 발생 후 1년이 지나 제기된 탓에 어쩔 수 없이 '각하' 처분을 내렸지만, 가혹 행위가 의심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고려해 '의견표명'을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