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에 국제기구 새 둥지로 뜬 파리·암스테르담

입력 2017-11-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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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효과에 유치 경쟁 치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로 영국에 있는 EU 산하 기구들이 프랑스 파리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겨간다.

20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EU 산하 기구인 유럽의약품청(EMA)과 유럽은행감독청(EBA)이 2019년에 각각 파리와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한다. EMA와 EBA를 유치하기 위한 도시 간 경쟁은 뜨거웠다. 영국을 제외한 EU 27개국의 장관들은 수 차례의 비밀 투표를 거쳐 승자를 가렸다.

EMA를 유치한 파리는 브뤼셀, 더블린, 프랑크푸르트, 프라하, 룩셈부르크, 비엔나, 바르샤바 등 7개 도시와 경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있는 프랑크푸르트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으며 2라운드에서는 더블린과 파리가 양자대결을 펼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가 EMA 유치전에서 승리한 것은 프랑스의 매력과 EU를 대상으로 한 공약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EBA를 얻어낸 암스테르담은 코펜하겐, 소피아, 브라티슬라바 등 18개 도시와 경쟁했다. 할베 질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토마시 드러커 슬로바키아 외무장관은 최종 표결에 기권하며 “공정한 유치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MA는 약 9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조직으로 인간과 동물이 쓰는 의약품 모두를 평가하고 감독한다. 1995년부터 영국 런던 동부 카나리워프 지역에 본사를 뒀다. 직원이 150명에 불과했을 당시만 해도 런던을 유럽 거점으로 결정하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2라운드에 걸친 유치전을 벌이면서 도시 선정을 하는 데 약 3시간이 걸렸다. 영국바이오협회의 스티브 베이트 회장은 “EMA가 영국에서 나와 기업들로부터 불확실성을 걷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EU 27개 나라에 사는 국민에게 의약품을 안전하게 공급하는 것을 브렉시트가 방해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EBA는 EU의 은행 감독기관으로 금융 안전성을 점검한다. 직원은 170여 명으로 작지만 단단한 조직이다. 2001년 만들어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유럽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며 이름을 알렸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취약성을 측정해 금융 안정성을 평가한다. EBA는 작년 기준으로 170여 명의 직원이 총 700번의 출장을 다녔다. EBA 유치의 제1조건으로 항공 연결편과 접근성이 꼽힌 이유다.

이날 미셸 바르니에 EU 전 집행위원은 유치 도시를 선정하는 투표 전에 “브렉시트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은 EU의 규칙을 따르지 않으려 한다”며 “영국을 자유롭게 하자는 사람들이 영국에 EU 기구를 남아있게 하자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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