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늬 정치경제부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한 말이다.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의 글에서는 적폐청산 관련 수사에 대해 “요즘 검사들을 보면 의기는 간데없고 정권의 앞잡이가 돼 충견(忠犬)만 난무하는 그야말로 개판인 검찰이 됐다”고 직격하더니, 이번엔 ‘망나니 칼춤’이다. 역시 홍 대표의 어휘력은 귀재 수준인 듯하다.
누군가에게는 폭력일 수도 있는 단어를 서슴지 않고 하는 ‘홍준표식 막말’을 정치권에서는 ‘계산된 발언’이라고 평가한다. 단순히 헐뜯고 깔아뭉개 상대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막말을 통해 당내 통합을 이끌고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한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언론이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발언을 사용함으로써 언론의 노출 빈도수를 늘려 자신을 알리는 데 꾸준하다. 낮은 지지율로 자칫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홍 대표에 따르면 7월 새 지도부가 출범했을 때 7%였던 당의 지지율이 현재 20% 중반을 기록했다. 내년 6월까지 지지율 목표는 25%다.
또 홍 대표는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의 구심점인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 바른정당 탈당파의 한국당 복당 등 그동안 일어났던 당 내홍을 직접 수습하기도 했다. 14일에는 ‘계파 종식’ 선언과 동시에 1인 독주 체제를 예고하기도 했는데, 이는 12월 당무감사 결과 발표와 예산 국회, 내년 지방 선거까지 갈 길이 먼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내부에서 아옹다옹할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와 친분이 있었다는 한 선배 기자는 내게 그를 유의 깊게 보라고 했다. 그 선배는 “홍 대표가 말은 거칠지만, 순수하며 아주 똑똑하다”면서 “말 하나하나에 메시지가 있으니 막말에 자극되지 말고 잘 들여다보라”고 조언했다. 당시 ‘내가 그동안 순수란 개념을 잘못 알았나’라는 생각에 갸우뚱했지만, 이제 선배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