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정부 공공부문의 정책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사회적 경제가 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로 포함되면서 여러 정부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관련 정책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우려도 된다. 사회적 경제의 속성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문제를 경제와 결합해 풀어 보자는 것으로, 민간의 자발적 노력이 중요시되는 분야이다.
사회적 경제에 재원을 공급하는 임팩트 금융도 다르지 않다. 정부의 발표를 보면 재원의 공급에 모든 초점이 맞춰 있는 느낌이다. 재원을 어떻게 조성하여 시장에 공급해 줄 것인가가 주된 내용이다. 임팩트 금융은 세계적으로 상향식으로 발전해 왔다. 정부가 지원을 하더라도 그 실행주체는 민간이었다. 임팩트 금융의 국제기구인 GSG(Global Social Impact Investment Steering Group)도 정부 재원과 사회문제 해결 방식에 한계가 있으니 민간 투자를 유치해 사회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임팩트 금융은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지난 10년간 크고 작은 민간 투자자들의 노력으로 서서히 확장해 왔다. 사회적금융네트워크가 결성되어 활동 중이고 20여 개의 다양한 임팩트 투자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민간 시장에서의 도매 기능(Wholesaler)을 수행하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민간기금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이 필요한 것은 직접적인 지원 정책보다 시장 확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새 정부의 활성화 방안에서는 구체적으로 민간 임팩트 금융을 어떻게 육성하고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 안 보인다. 재원을 조성해 시장에 공급하는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다. 수요자의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요즘 업계의 반응은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환영하면서도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정부 공공부문의 양적 공급은 이제까지 민간이 쌓아온 시장을 어지럽게 할 가능성이 있다. 2009년 정부 주도 미소금융의 출연으로 한창 확장해 가고 있었던 민간 마이크로 크레디트가 위축되고 몰락한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시중의 재원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 우려된다.
민관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설정하고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역할은 법과 제도를 만들고 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일이다. 사회적 금융을 추진하는 모습이 ‘공정사회(公定私會)’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공부문 공무원이 정하고, 사적 부문 민간이 돈을 받아 가기 위해 그 앞에 모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감독이 운동장에서 뛰면 되겠는가? 운동장에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감독의 의무는 선수들이 경기를 잘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 감독하는 것이다. 선수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소통하고 그들이 좀 더 잘 뛸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정사회(公正社會)의 참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