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책 읽기',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17-11-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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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각층 인사 26명 권하고 싶은 책…큐레이션 형식으로 사회 의제 담아

(출처=청와대 페이스북)

“휴가 중 읽은 ‘명견만리’는 누구에게나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세 권이지만 쉽고 재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명견만리’는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이것이 진짜 현실”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선물한 책 ‘82년생 김지영’ 역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평소 책을 즐겨 읽는 것으로 알려진 문 대통령이 언급한 책들이 출판계에서도 주목받는 가운데 이번엔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은 책들을 소개한 책이 출간돼 주목받고 있다.

신간 ‘대통령의 책 읽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은 단순히 문 대통령에게 이런 책을 읽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시민들과 함께 읽고 관련된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자고 요청한다.

책에는 각계각층의 인사 26명이 ‘큐레이션’한 추천도서 26권이 담겨 있다. 물리학자, 철학자, 사회학자, 여성학자, 경제학자, 정치학자, 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최근 사회적 현실과 맞물린 책들을 제안한다. 이들은 공들여 고르고 추천한 이 책이 대통령의 집무실에, 서재에, 쇼파에, 침대 머리맡에, 손이 닿는 곳 어디에나 놓이길 바란다.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추천했다. 그는 “정치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강한 영혼이다. 세계를 지배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을 지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면의 초연함과 강한 영혼을 길러주는 ‘명상록’이야말로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찍이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부터 온 국민의 존경을 받은 국가 정치인 헬무트 슈미트까지 이 책에서 위안과 가르침을 받았다며 철학이 없는 대통령은 실패해 단지 통치자로 남을 뿐이라고 경고한다.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는 “가사노동 문제 해결이 사회 발전의 답”이라며 애너벨 크랩의 ‘아내 가뭄’을 추천했다. 서 교수는 “여성 관련 통계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도맡는 현실이 지겹지 않은가. 여성을 좀 뽑아야 하는데 인물이 없다는 고민도 이제 그만하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아내 가뭄’을 읽어 달라”고 대통령에게 청했다. 그는 하찮게만 여겨졌던 가사노동 문제 해결에 사회 발전의 답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원재 경제평론가는 ‘알뜰한 나라 살림’의 주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마크 블라이스의 ‘긴축’을 권했다. 이 평론가는 “국가 부채를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미래가 없다는 청년들의 절망, 세계 최고의 자살률에 공포를 느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국가 부채는 충분히 늘려도 된다”며 지금 국가 부채를 늘려서 어딘가에 투자한다면 어디가 가장 적절할지 구체적인 제안도 담았다.

사회학자인 오찬호 작가는 “가난의 책임은 가난의 구조적 조건에 있다”며 조은의 ‘사당동 더하기 25’를 소개했다. 그는 “가난을 설명하는 데 가난 그 자체만큼 설명력을 가진 변수는 없다”며 가난에 대한 지독한 편견을 깨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오 작가는 “이 책은 엘리트 관료들의 정책적 실수가 어떤 씨앗에서 출발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기에 대통령이 읽어야 한다. 가난하기에 나타나는 결과를 가난의 원인으로 오해하는 중산층의 실수를 책은 놓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대통령의 책 읽기’는 대통령에게 제언하는 형식이지만 실상 국민 모두를 위한 큐레이션이다. 26명의 필자가 소개하는 책들은 우리 시대의 고민과 비전을 묻고 답하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앞으로 ‘대통령의 책 읽기’ 프로젝트를 통해 저자(著者)는 물론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공무원 등 프로젝트에 호응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팟캐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실제로 정치인과 공무원 사회에서 이 책을 읽고 토론하도록 독려하고 시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나눌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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