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 차게 론칭한 인테리어 소품, 터무니없는 고가에 입방아
명품 보석 브랜드 티파니가 장기 부진을 씻고자 발버둥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새다. 보석 업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대대적인 인테리어 제품을 출시했으나 고가의 가격으로 논란만 빚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지난 1월 티파티는 경영 쇄신의 방편으로 리드 크라코프 최고예술책임자(CA0)를 영입했다. 크라코프 CAO가 맡은 첫 번째 과제는 인테리어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180년 전통 보석 브랜드 이미지에서 탈피해 사업군을 넓혀가고자 크라코프가 구원투수로 투입된 셈이다.
작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뒤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타워 옆 티파니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은 타격을 입었다. 이 매장은 전 세계 티파니 매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그런데 트럼프타워에 연일 반(反)트럼프 시위대가 몰려오고, 보안이 강화되면서 교통이 불편해졌다. 자연스레 티파니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 발길이 끊겼다. 티파니 매장이 한산해지면서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지난 1분기(2017년 2~4월) 실적에서 동일 점포 매출은 3% 감소해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분기(2017년 5~7월) 실적은 아시아 지역에서 판매를 늘리며 개선된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 9월 골드만삭스는 티파니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고가 제품군이 너무 많아 수익률 개선을 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티파니는 인테리어 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했으나 험로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6일 티파니가 공개한 인테리어 컬렉션은 방대했다. 접시, 컵 등을 넘어서 개 밥그릇, 아기 전용 빗, 삼각자, 요요 등 광범위한 제품군을 내놓았다. 시장 반응은 티파니가 기대한 것과 정반대였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 조롱과 비웃음이 난무했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과 뜬금없는 소품 때문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깡통처럼 보이는 은색 소품 통이 1000달러(약 111만 원)에 책정됐다. 털실은 9000달러, 삼각자는 425달러, 요요는 300달러다. 파란색 알이 세 개 놓인 새 둥지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출시됐는데 무려 가격이 1만 달러에 달한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티파니가 깡통을 1000달러에 파는 걸 보면서 나는 사람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다”고 비꼬았다. 또 “자본주의가 최고 수위에 올라섰다”, “세계 금융위기가 끝난다는 것을 이보다 더 여실히 증명해 낼 수는 없다” 등의 반응도 잇따랐다.
크라코프 CAO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은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 명품 수준으로 올려놓았다”며 인테리어 컬렉션을 설명했다. 또 “그 점이 우리 컬렉션을 독창적으로 만드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티파니가 맨해튼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4층 전체를 인테리어 컬렉션으로 꾸며놓았으며 이 역시 크라코프 CAO의 작품이라고 전했다. 그는 매장에서 125달러와 175달러짜리 개 목걸이를 가리키며 “모두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상에서 논란이 된 파란색 새 알과 둥지를 두고는 “파란 알은 티파니의 상징”이라며 “이 소품은 공간에 참신함을 불어넣어 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