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박근혜 출당과 보수 통합

입력 2017-11-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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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주 금요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黜黨)을 결정했다. 과거에도 우리는 대통령에 대한 탈당 조치를 수없이 봐왔다. 그것은 마치 우리 현대사의 법칙 같았다. 이런 현상은 대통령이 될 때, 혹은 되고 난 직후 여당은 대통령의 허니문 인기의 덕을 톡톡히 보지만, 시간이 흐르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토막 나기 시작하면, 여당은 대통령을 짐과 같은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임기 막바지에는 많은 수의 대통령이 등 떠밀리듯 탈당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드러내놓고 출당을 시켰다. 학교로 치면 자퇴가 아니라 퇴학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런 처분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다. 물론 이런 조치를 취한 배경에는,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보수층이 결집하지 못하고 아예 숨어버렸다는 현실이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바른정당의 통합파는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자신들의 정치적 거취 결정의 신호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또 다른 이유로 지지율을 들 수 있다. 지금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나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거기서 거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이런 경우 역시 매우 드문 일인데, 국회의원 숫자가 당 지지율에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경험하는 정치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홍준표 대표로선 서두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런 상황들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은 출당됐고, 그래서 이제부터의 관심사는 ‘출당 조치가 과연 원하는 효과를 불러올까’이다. 우선 지지율부터 생각해 보자. 개인적인 견해로는 약간의 지지율 상승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대구·경북 지역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 조치로 지지층 이반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그 대신 수도권에 있는 보수층은 다시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준표 대표는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출당 조치로 홍준표 대표가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이점은, 바로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의 멍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는 그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일정 기간 정계를 떠나 있었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는 대선이 끝난 후, 다른 대선 후보보다 빨리 정계에 복귀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본인이 마땅히 져야 할 대선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 조치를 강행함으로써, 대선 패배의 궁극적 책임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있음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거꾸로 홍준표 대표 입장에선 책임론에서 자유로워졌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출당 효과는 여기까지일 수 있다. 즉, 자유한국당이 몸을 던지는 혁신을 하지 않으면, 지지율 상승과 같은 효과는 일회성으로 끝날 위험이 있고 오히려 내분이 일어나 긍정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새롭다’는 이미지다. 혁신 과정에서는 인적 청산도 중요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새롭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이미지 개선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이게 쉬워 보이지 않는다. 새롭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는 참신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느낌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제 자유한국당에는 새로운 과제가 던져진 셈이다. 만일 여기서 실패한다면, 집토끼도 놓치고 산토끼도 놓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의 도전은 이제부터라는 생각이다. 제발 해답을 내놓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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