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기업 변화 긍정적이나 갈 길 멀어"…5대 그룹 "시간 필요해"

입력 2017-11-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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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5대 그룹의 자발적인 변화를 ‘긍정적인 출발’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5대 그룹은 공정위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5대 그룹과의 2차 간담회가 끝난 후 브리핑에서 “(이번 간담회를 통해) 한 마디로 말하면 기업들이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아직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 굉장히 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방향으로 일관되게 정부와 기업이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기업은 우리 사회의 어떠한 조직보다도 변화의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변화를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5대 그룹은 지난 6월 열린 1차 간담회 이후 실시한 지배구조 개선과 상생협력에 대한 노력을 소개했다. 이어 기업들은 개혁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충분한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자발적 개혁의 1차 데드라인인 12월까지는 만족할 만한 방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그룹별로 약간의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겠지만 내부거래위원회라든지, 투명경영위원회 통해서 가급적이면 경영의 투명성이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노력하고 있고, 가급적 빠른 시기에 그것을 하겠다고 (공정위원장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기업인들로부터 제가 알지 못했던 각 그룹의 개혁 진행상황과 현실적 어려움 등을 전해들었다”며 “그런 어려움 감안해서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공정위와 새정부가 기업정책을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이어 “기업인들이 제게 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며 “저 역시, 공정위에게도 시간을 달라고 국민들에게 요청드린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들의 자발적 개혁에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면서도 동시에 개혁에 속도를 낼 것을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신설한 기업집단국을 통해 공정한 시장질서와 효율적인 기업구조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대기업 소속 공익재단 전수조사와 지주회사 수익구조 실태조사 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공익재단 전수조사와 관련해 “기본재산이나 수익재산 규모, 운영형태, 수익의 발생으로부터 진짜 어떤 공익사업하고 있는 지를 살펴볼 것”이라며 “각 주무부처가 최소한의 규정위반 여부로만 체크해 왔던걸 실질적으로 들여다 보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2월 중 실태조사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종 프로세스를 마무리하려면 내년 상반기나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선언적 기준 제시하고 그에 맞춰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개혁실패로 가는 첩경”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가 올바른 방향을 시그널을 주고 그에 일관성 주면 기업은 충분히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향후 5대 그룹과의 활발한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과) 좀 더 자주 뵙는 것으로 했다”며 “내년 초에 다시 한 번 뵐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하현회 ㈜LG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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