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23만 명 참여… 청와대도 조만간 입장 밝힐듯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 낙태죄 폐지 청원 참여인이 23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의료계에서도 현실적인 법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1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죄 폐지 청원이 23만 명을 돌파한 현재, 모성건강을 위한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법개정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9월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 청원은 “원치 않은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국가 모두에 비극적인 일”이라며 “현재 119개국에서 합법으로 인정하는 자연 유산 유도약(미프진)을 국내에서도 합법으로 인정하면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프진’이라는 의약품의 국내 시판 허용도 요청했다. 낙태 합법화 청원은 지난달 30일까지 23만5372명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마감했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 약물을 이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은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다만 △임신부나 배우자가 유전적 정신장애·신체질환이 있거나 △전염성 질환이 있을 때 △강간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산모의 건강이 우려될 때 예외적으로 임신중절 수술을 허용한다. 합법적 낙태도 임신 24주 이내에만 허용된다. 이 외의 경우는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해당 예외조항이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라고 지적한다. 강간의 경우 증명하기 어려울 뿐더러 장애가 있는 부모를 법적으로 제외시키는 것은 차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낙태죄를 담은 형법 규정은 1995년 개정된 후, 20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불법이다 보니 실태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2010년 실시한 낙태 조사 결과, 연 시술은 16만8700여 건이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70%가 불법 낙태 시술일 것으로 추산한다.
이충훈 산부인과의사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 수술 허용 범위를 넓히려고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며 “형법·모자보건법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선해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여성 건강권·결정권을 존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들도 양심적 의료행위로 인한 원치 않는 위법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자가 임신중절약’ 도입 허용에 대해서 이 회장은 “해당 약물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의견서에서 “낙태의 문을 열면 지금도 심각한 생명경시 풍조가 더 만연할 것”이라며 “낙태하지 않고 아이를 지키려는 부모 입장에서는 주변에서 낙태를 하라는 요구가 있을 때 법적으로 보호 받거나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홈페이지 국민소통광장에 게시된 청원에 대한 참여인이 30일 동안 20만 명이 넘게 되면 공식 답변을 하기로 한 기존 방침에 따라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서도 조만간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