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경쟁에서 협력으로 산업 패러다임 전환

입력 2017-10-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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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산업 경쟁은 개별 기업 차원의 경쟁에서 산업 생태계 차원의 협력으로 변모하고 있다. 개별적인 인력이나 자원의 폐쇄적 경쟁 시대는 막을 내리고, 공통 요소를 공유하는 개방 플랫폼 협력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산업 자원과 산업 프로세스를 연결하는 산업 인터넷이 산업 구조를 플랫폼화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의 95%는 오픈소스 형태로 이루어진다. 5%만 개발해도 되는 기업과 90%를 개발해야 하는 기업 간의 경쟁력 차이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개별 엔지니어의 역량이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공통 요소를 협력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협력과 공유의 문제다.

즉 표준과 플랫폼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 되었다. 개별 요소 차원에서 공유 생태계 차원으로 산업 경쟁의 본질이 이동한 것이다. 닫힌 경쟁의 파이프라인형 기업 시대는 막을 내리고, 열린 협력의 개방 플랫폼 시대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산업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 조성이 국가 경쟁력이다. 이제 생산 차원으로 공유 경제가 확장된 것이다.

이제 산업 간 공유 협력의 인프라인 산업 인터넷과 산업 플랫폼을 살펴보자. 정보가 무선 인터넷으로, 제품 유통이 무선 인터넷으로 플랫폼화한 데 이어 산업 현장이 산업 인터넷을 통해 플랫폼화하고 있다. 산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Industrial Internet of Things) 기술인 산업 인터넷은 산업현장을 플랫폼화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모든 산업이 산업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고 공유되어 산업별 플랫폼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산업 플랫폼의 등장은 인간의 욕망을 뒷받침하는 소비 차원의 협력적 소비에서 유통을 거쳐 이제는 산업 현장을 최적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산업 플랫폼은 현실 세계를 데이터화로 전환하는 디지털 트랜스폼이라는 1단계, 인공지능으로 디지털화한 데이터를 최적화하는 2단계, 그리고 다시 데이터를 현실로 전환하는 아날로그 트랜스폼이라는 3단계로 구성되어 산업 현장을 혁신한다. 바로 스마트 공장, 스마트 시티, 스마트 유통 등이 대표적 사례다. 산업 인터넷에 바탕을 두지 않는 스마트 공장,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단언하는 이유다.

전체 산업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산업 플랫폼 위에 제조, 에너지, 의료, 유통, 농업 등 산업별로 플랫폼을 다시 만들 수 있고, 이를 ‘산업별 플랫폼’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산업별로 특화한 산업별 플랫폼은 플랫폼 위의 플랫폼인 버티컬 플랫폼이 된다. 마치 카카오 메신저가 구글 플레이나 앱 스토어라는 거대 플랫폼 위에 존재하는 버티컬 플랫폼인 것과도 같다.

산업별 플랫폼 위에 개별 거대 기업들이 그들만의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에너지 산업 플랫폼 위에 한국전력 플랫폼이 위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중 계층 구조화로 미래 플랫폼은 진화할 것이다.

이제 가장 근간이 되는 인프라인 산업 플랫폼은 여러 산업의 공통요소가 집약돼 수많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산업 플랫폼은 개별 기업 영역을 넘어 공통 영역인 클라우드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즉 클라우드 기반의 산업 플랫폼 위에 산업별 플랫폼이 구축된다.

산업 플랫폼은 민간 클라우드 기반의 GE의 ‘PREDIX’와 같은 순수 민간 형태, 또 에스토니아의 ‘X-Road’와 같은 국가 플랫폼 등의 형태가 있다. 산업별 플랫폼으로서는 에너지, 헬스케어, 차량, 웨어러블 등 수많은 산업별로 개별 플랫폼들이 존재할 수 있다. 또한, 그 위에 기업별로는 다양한 기업마다 자신의 협력업체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개별 기업들은 자신만의 독립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보호되는 컨테이너로 독자적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공유와 소유의 최적화가 가능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산업 플랫폼 전략이 4차 산업혁명의 최우선 국가 과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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