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현행 제로(0)로 동결했다.
26일(현지시간)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내년 1월부터 9월까지 월 채권 매입 규모를 300억 유로(약 39조7482억 원)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ECB는 매달 600억 유로의 채권을 매입한다. 앞으로 양적완화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그러나 ECB는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 채권 매입을 늘릴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내년 9월 이후에도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3월부터 양적완화를 진행해온 ECB가 지금까지 매입한 채권 규모는 2조 유로에 이른다.
ECB는 기준금리를 제로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현행 -0.40%와 0.25%로 각각 동결한다. 이날 ECB는 “금리는 양적완화 종료 후에도 상당 기간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매입이 중단되는 시기에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로존이 올들어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양적완화 축소나 중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 이하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ECB가 경제회복세 둔화나 긴축발작 등을 우려해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양적완화 종료를 위한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이 아니라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경제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물가를 상승시키기 위해 유로존은 여전히 충분한 통화 자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