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우리銀·기업銀, 채용비리·특혜·낙하산인사 치부 드러나
“채용비리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몇몇 부정한 사람 때문에 채용담당자 전체가 매도되는 것 같아 억울합니다.”(A은행 인사담당자)
“채용 담당자에게 재량권이 거의 없는데 (채용과정에서)이런 일이 생겼다고 하니 당황스럽다.”(B보험 인사담당자)
채용비리 사태가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임원, 전 은행장 등의 치부가 연일 드러나면서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검찰이 금융회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하는 것도 이제 대수롭지 않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채용청탁 사건을 지켜본 현직 인사담당자들은 답답함에 고개를 내젓는다. 일부의 문제를 일반화 삼아 채용담당자 전체를 ‘비리자’로 취급하는 시선이 분통하다는 것이다.
A은행 인사담당자는 “채용담당자 입장에서 (채용비리) 기사를 보니까, 공정하게 진행하는 부분까지 덩달아 매도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며 “일반직원은 그런 부분에 관여할 수도 없고 나 역시 들은 바도 없다”고 토로했다.
B은행 인사담당자도 “기사를 접하면서 이해가 안됐다. 채용청탁이 오더라도 사실 서류심사 통과시켜주는 정도라고 들었지 시스템상 그 이상 관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용청탁자는 엄벌해야 한다” 며 “B은행은 비리 사실이 적발될 경우 인사위원회에서 ‘면직’ 수준의 징계가 나가고 손해배상 부분이 있으면 형사고발까지 간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는 ‘돈’과 ‘신용’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에 인력 채용에 신중을 기한다. 인사담당자들은 인재발굴이란 책임감과 나아가 지원자의 입장까지도 고민한다. 채용 시즌엔 그 무게가 가중된다.
금융협회 한 관계자는 “과거 인사부서에 배치됐을 때는 업무가 많지 않을 거란 생각에 가벼운 마음이었던 적이 있었다” 며 “그러나 채용시즌에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보면서 지원자 탈락을 결정해야 할 때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인력채용 기조에 맞춰 금융권 역시 능력 중심의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이 조속히 마무리되고 ‘비리’ 오명을 빨리 씻어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C보험사 인사 담당자는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필기시험 등 ‘허들’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채용비리 사건은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금감원, NH농협금융지주, 수출입은행 등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16명에 달하는 인원을 특혜 채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우리은행은 자체 조사 중이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 역시 검찰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합병을 거친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은행은 예전부터 상업은행, 한일은행 출신간 갈등이 이어져 왔다”며 “우리은행이 그동안 얼마나 외풍에 노출돼 있었는지 이번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낙하산 집합소’란 때를 벗겨 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최근 5년간 기업은행 및 자회사에 임원으로 재직 중인 정치권, 금융관료, 행정부 출신 인사가 40명을 웃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대선캠프, 청와대 출신이 17명, 금융관료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감원 출신이 14명에 달했다.
김 의원은 “회사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자리를 이처럼 낙하산 인사로 메운 것은 제도 취지에 반하고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