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때마다 내가 한 대답은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혹은 과거보다 더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답한 이유는, 질문한 쪽과 똑같은 현상을 목도하고 있지만 바로 그런 현상들 때문에 국정감사가 과거보다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여당의 높은 지지율이 국정감사에서는 오히려 걸림돌로 등장할 것이라는 얘긴데, 그 이유는 이렇다. 국정감사가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출발하면 국회, 특히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높다 보면, 야당의 존재 의미를 찾기 어렵게 되고,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야당들은 지레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선 오버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야당들은 증거를 갖고 차분히 현 행정부를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앞선 고성과 막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당의 입장에선 이런 상황을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약간만 야당을 건드려주면 야당이 알아서 ‘궤도’를 이탈하고, 욕먹을 짓을 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감이 과거보다 못할 것이라는 또 다른 이유로, 야당 내부의 분열을 들 수 있다. 이것 역시 야당들의 낮은 지지율과 관계 있는데, 즉 지금의 야당들은 이합집산을 통해 지지율을 높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 대통합을 명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을 출당시키려 하고 있고, 이에 반발하는 친박 핵심과 홍준표 대표는 정치생명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이 지금 홍 대표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면서 탈당하려 한다는 소리도 들리고, 국민의당은 국민의당대로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내부가 시끄러운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들은 지금 국정감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여기에다 여당은 이번 국정감사 역시 적폐청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여당의 자세도 좋은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다. 국정감사는 현 정부의 행위에 대한 감사여야 하는데, 여당은 적폐청산의 기회로 국정감사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적폐청산은 사정 당국이 하도록 놔두고, 여당은 국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현 행정부의 문제점과 공과(功過)를 야당과 함께 냉정하게 평가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적폐청산을 국감장에서 외치니 당연히 국정감사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국감에 적합한 행동과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국정감사 본래의 의미가 실종될 수밖에 없다.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를 잘 대비하는 것 역시 과거의 잘못된 부분을 청산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고, 그래서 여당으로서는 마땅히 이런 부분까지도 챙겼어야 하는데,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더구나 야당들은 그렇다고 치고, 야당의 존재가 잘 보이지 않는 지금과 같은 정국에서는 여당이 더욱 잘해야 한다. 살다 보면 똑똑함보다 현명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때가 많다. 아마도 지금 여당은 이런 삶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