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여당과 야당의 공방이 치열하다. 거친 말이 오가고 있다. 그런데 공방의 내용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상대 당의 정당한 주장을 약화하기 위해서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엉뚱한 얘기를 한다거나, 이미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을 감추기 위해 문제의 쟁점을 피해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서로 ‘물 타기’를 한다거나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 한다’는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물 타기’는 일종의 비유법이다. 진한 원액에 물을 섞어버림으로써 원액의 진한 맛을 싱겁게 하는 것이 ‘물 타기’의 본래 의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상대방의 주장을 약화시키기 위해 본질에서 벗어난 얘기로 화제를 돌리려 하는 것을 ‘물 타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사실을 감추기 위해 문제의 쟁점을 피해 말꼬리만 잡으면서 흐지부지하는 경우도 있다.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작태이다. 호도는 ‘糊塗’라고 쓰며, 각 글자는 ‘풀 호’, ‘칠할 도’라고 훈독한다. 따라서 糊塗는 ‘풀칠하기’라는 뜻이다. 풀칠은 왜 하는가? 뭔가를 덧붙임으로써 원래 있던 것을 덮어버리기 위해서이다. 진실을 호도한다는 것은 바로 그렇게 뭔가 엉뚱한 다른 것을 이용하여 진실을 덮어버린다는 의미이다.
물 타기는 본질을 흐려 놓음으로써 진상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속임의 기술이고, 호도는 아예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기만행위이다. ‘물 타기’든 ‘호도(풀칠하기)’든 다 심각한 범죄행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을 다루는 국회에서 그런 ‘물 타기’와 ‘호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당리당략을 위해 싸우려고 국정감사를 하는 게 아니라, 국가의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민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해온 일을 꼼꼼하게 따져 잘한 일은 더욱 권장하고 잘못한 일은 바로잡기 위해 국정감사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