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손본다"
사실상 지배력 행사가 어려운 재벌기업의 ‘동일인(총수)’과 관련해 실질적 그룹을 지배하는 총수로 지정할 수 있는 ‘대기업집단 지정제’ 개선이 추진된다. 예컨대 의식불명 상태인 이건희 삼성 회장과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등록된 총수 지정을 각각 이재용,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할 수 있는 방안이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대기업집단의 동일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현행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의 전반을 손볼 방침이다.
지난달 정기국회에서도 사실상 지배력 행사가 어려운 사람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현행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의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서다.
동일인이란 기업집단의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로 총수를 의미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등의 개정안을 보면, ‘독립적으로 사리를 분별하거나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것이 어려운 자’는 동일인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채 의원은 “공정위의 동일인에 대한 판단이 상식과는 동떨어져 있어 비상식적인 행정집행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법안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사실상 지배력 행사가 어려운 사람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등 현행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며 “국회 지적에 따라 동일인 문제를 포함해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동일인 변경 여부나 변경 방식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공정위는 올해 4월 대기업집단 지정제에 의식불명인 이건희와 고령인 신격호를 동일인으로 지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