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 논란 중심에 선 원칙주의자…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내정자

입력 2017-10-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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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국회·정부 민원? “부담 없다. 나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새 사장으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교통부 사무관을 거쳐 감사원에서만 20년을 보낸 그가 금융권 수장으로 하마평에 오른 데 이어 군수 사업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정책 감사로 이름을 알린 김 내정자는 2005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참여정부에 합류했다. 이력만 보면 정통 관료이지만, 신작로도 없는 동네에서 자란 영남대 출신의 ‘비주류’이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김 내정자가 금융 개혁을 이끌어 주길 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분식회계,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KAI 사장으로 보냈다. KAI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을 상대하는 사업체이다. 게다가 정부가 최대주주라 바람 잘 날이 없는 자리이다. 김 내정자를 단순히 ‘낙하산’ 인사로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다음은 2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 김조원 내정자와의 인터뷰이다.

- 올해 연말 록히드마틴과 미국 공군 훈련기 입찰 결과를 앞두고 있다

“KAI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와 그 외(록히드마틴) 모두의 협조가 필요하다.”

- KAI의 미국 공군 훈련기 사업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 카이의 주식거래가 거래정지됐다. 미국 정부는 거래하는 회사의 CEO가 구속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부패한 기업으로 보고 입찰에서 배제하기도 한다.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다면 이런 부분에서 국가의 협조가 필요하다. KAI가 해외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KAI는 회사 자체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미국 정부에 증명하기 위해 따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 현재 KAI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신뢰 회복이다. KAI는 좋은 회사이다. 과기대 총장을 하면서 우리 학생들을 많이 취업시켰기에 잘 안다. 구성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지금 KAI는 개인의 일탈에 의해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다. KAI가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다.”

- KAI는 수은이 1대 주주이며,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의 민원 및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매 정권마다 KAI는 정부와의 관계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나는 학벌도 좋지 않고, 내세울 것이 없는 흙수저이다. 원칙 하나로 감사원에서 적법 절차를 지키면서 사무총장까지 갔다. 조직의 장이 법대로 하면 직원들이 규정대로 일할 수 있다.”

- KAI 영업 상대가 국방부와 방사청이다. 군, 국회, 정부에서 민원이 많은 곳이다. 이에 대한 부담이 클 텐데

“부담 없다. 나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

- 내정자는 감사원 재직 시절 정책 감사로 유명했는데, 방산비리가 시스템 개선으로 척결될 수 있을까

“우선 KAI에 한해서는 ‘방산비리’라고 표현하는 게 맞나? KAI가 방위산업 무기 구입 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렀거나,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다. 정확히 하자. KAI가 방산비리가 있다고 표현하는 데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 문제는 ‘횡령이 있었느냐’, ‘회계기준을 달리 적용했느냐’이다.

- 소형민수헬기(LCH), 소형무장헬기(LAH) 등 KAI 사업에 대해서 큰 방향은 생각한 것이 있나

“기술 분야는 기술담당, 연구담당과 의논해서 해결해야 한다. 지금 답변하기 이르다.”

- 내정자가 방위산업 분야의 경력이 없다는 우려가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스마트폰을 잘 만들어서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 됐을까. 조직을 잘 추슬러서 조직원이 자존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 참여정부 시절의 이야기를 안 꺼낼 수 없다.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일했다고 들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내 직속 상관이었다. 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참여정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된 계기를 알고 있나

“윗선의 인사에 대해 나는 모른다. 나는 당시 정부와 관계가 없었던 사람이었다.”

◇전두환 정부 정책 감사로 두각, 노무현 정부 ‘공무원 인사권’ 두 손에

김조원 내정자는 참여정부 인사로 분류되지만, 그가 공직자로서 두각을 나타낸 시기는 전두환 정부 시절이다.

김 내정자는 감사원 시절부터 깐깐한 원칙주의자로 유명했다. 첫 출장감사는 한국전력의 발전소 건설 계획 점검이었다.

1980년대에는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발전소를 건설하던 시절이다. 원자력 발전소와 수력발전소는 보수율이 낮아 추가로 건설할 필요가 없지만, 구매 자재 등 이권 때문에 발전소가 무분별하게 지어졌다.

감사원은 각 발전소의 보수율을 다시 계산하고, 전력 수요예측도 실시했다. 이전에는 난방 수요가 많았지만, 호황기 때 에어컨 구매가 늘면서 전력 피크 타임이 여름으로 바뀐 것이다. 이 감사는 한전의 전력 수요예측 시스템 구축을 유도하는 등 정책 감사의 효시가 됐다.

문민정부 시절 시·군·구 투·융자 심사제도를 개선한 것도 김 내정자의 손길이었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하면서 각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의 예비타당성 조사는 유명무실했다. 김 내정자는 전국 자치단체에 전면 감사를 실시해 각 지자체가 사업 전 반드시 심사 과정을 밟도록 시정했다.

기금 운영 기준을 만든 것도 중요한 성과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익이나 사업 목적에 따라 기금을 만들 수 있지만, 운영이 안 될 경우 폐지하는 기준이 없었다. 2003년 감사에 착수하여 기금 운영 폐지 기준을 만들었다. 이 감사 보고서는 지금까지도 학술 논문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자료로 꼽힌다.

묵묵히 감사관으로 일하던 그는 2005년 청와대로 불려간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내정관에게 ‘공무원 인사권’을 줬다. 개인이 임의적으로 단행하는 인사보다 객관적인 인사 시스템을 갖추길 원했던 노 전 대통령의 뜻이었다. 대통령의 의지와 원칙주의자가 만나 청와대는 인사 검증 매뉴얼이 처음 만들어졌다.

김 내정자는 청와대에서 △음주운전 2회 시 인사 1회 불이익 △위장전입 시 인사 1회 불이익 △인사 대상자 병역의무 고의회피 시 인사 1회 불이익 등의 기준을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청와대 인사를 민정수석실이 했다. 당시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김 내정자의 이 같은 이력이 횡령, 분식회계 혐의로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된 KAI에 오히려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는 정부가 주인이라 항상 낙하산이 내려온다”며 “정부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관료 출신이 조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조원 KAI 사장 내정자

김조원 KAI 신임 사장 내정자는 경남 진양(진주) 출신으로 진주고와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1980년 교통부 행정사무관을 거쳐 1985년 부감사관으로 감사원에 몸담았다. 이후 감사관, 제1과 과장 등을 거친 뒤,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2006년 친정인 감사원으로 돌아가 2008년까지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후 진주산업대·경남과학기술대 총장,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등 학계에 있다가 2015년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장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했으며,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장과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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