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대출 가능액 등 기준 상향
정부가 8·2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대출 상품의 누적 대출액이 10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 정부가 내놓을 정책 모기지 상품 통폐합 등 대대적인 개편 방안에 서민 실수요자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는 정책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포함)대출 잔액은 45조3791억 원, 적격대출은 57조9684억 원으로 총 누적 대출잔액이 103조3475억 원으로 집계됐다. 100조 원을 밑돌던 정책모기지 누적 대출액은 6월(100조5947억 원)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8월 들어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신규 대출이 늘었다. 정부가 8·2부동산 대책으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를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포함) 경우 40%로 조이면서 대출 수요가 정책 모기지로 쏠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적격대출은 누적 대출액은 늘었지만 월별 대출액은 3월 1조7671억 원에서 8월 7020억 원으로 5개월째 감소 추세다. 적격대출 판매 은행들의 평균 금리가 4월(3.26%)부터 8월(3.45%)까지 연이어 상승한 것도 대출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적격대출을 금융사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이 서민용 대출 상품이라면 적격대출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중산층 이상이 이용하는 정책 모기지 상품이다. 만기 10~30년인 장기 고정금리 상품인 만큼, 내집 마련을 하기 위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보금자리론은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 원 이하로 6억 원 이하 주택 구입시 3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디딤돌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조건으로 5억 원 이하 주택 구입시 2억 원까지 빌릴 수 있다. 반면 적격대출은 별도 소득요건은 없고 9억 원 이하 주택 구입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받는 게 가능하다.
정부는 이달 말 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보금자리론과 대출 요건이 보다 까다로운 디딤돌대출을 통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소득요건이 없어 고소득자도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 적격대출은 소득요건 신설을 고려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금자리론을 없애고 디딤돌대출의 대출자격 요건으로 합칠 경우 연소득, 대출가능 금액 등 기준이 까다로워지는 데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