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계산착오…‘무역적자’는 과연 무역협정 폐기 이유가 될까

입력 2017-10-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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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의 상위 15개 교역국별 수출입 비중.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상대적으로 수출입 불균형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 블룸버그

무역협정 폐기의 기준으로 ‘무역적자’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시각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무역적자를 근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다양한 무역협정을 “끔찍하다”고 판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은 틀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잘못됐다고 짚었다. 우선, 무역적자와 FTA는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또 국제수지는 경상수지와 자본 금융 수지 등의 분야로 나눠서 산출하는데 이 중 상품과 서비스 등 경상수지 만으로 무역협정의 이익을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았다는 사실은 무역거래가 ‘끔찍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교역 상대국이 수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많은 나라로부터 무역적자를 입었으며 우리는 그것을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한미 FTA와 NAFTA의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였던 미리암 사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사피로 전 부대표는 “대중 무역적자는 3000억 달러(약 340조7100억 원) 이상으로 중국은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국이지만 미국과 중국은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다”며 무역협정과 적자는 상관이 없음을 꼬집었다. 그는 “NAFTA를 체결한 캐나다를 상대로 지난해 미국은 흑자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캐나다가 무역 적자를 걱정해 NAFTA 재협상을 하려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한국과의 무역에서 서비스 분야에서 흑자를 내면서도 자동차 등 상품 분야의 적자를 근거로 무역 불균형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무역수지 측정은 상품과 서비스 분야로 나눠서 이뤄진다.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상품 분야에서는 적자를 보이고 있지만 서비스 분야에서는 흑자를 내고 있다. 데보라 엘름 아시아무역센터 사무총장은 “어느 나라와도 완벽하게 균형 잡힌 무역은 없다”면서 “미국은 서비스 분야에서의 흑자는 고려하지 않고 상품 분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짚었다. 분석가들은 “무역협정의 이익을 나타내는 지표로 상품 분야의 무역적자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일각에는 한국과의 상품 분야 무역에서 미국이 적자를 기록한 데는 무역 불균형보다 경기 침체로 한국의 수입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자유무역협정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해법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캐롤라인 프로인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NAFTA를 탈퇴하면 미국에서 멕시코 상품 가격이, 멕시코에서 미국 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무역적자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J.W. 메이슨 루스벨트연구소 연구원은 “무역 수지를 개선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성장률을 낮추고 여기에 별다른 이익이 없는 다른 국가에 큰 비용을 지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무역흑자 달성을 위해 큰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공공 및 민간 부분에 생산적인 투자를 늘리는 게 미국 경제에 이롭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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