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주장한 데는 ‘미국 우선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대상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부담이 적은 한미 FTA를 선택하라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의 조언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온라인매체 ‘더 데일리 비스트’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NAFTA 폐기와 재협상을 두고 고민하던 중 재협상 방안을 택하고, 대신 한미FTA를 공격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여름 이전 참모들과 NAFTA 폐기 문제를 놓고 논의 시간을 가졌다. 이 회의에는 나바로 위원장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이 참석했다. 당시 회의에서 재협상론이 우세함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NAFTA 폐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의 슬로건이자 자신의 정치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나바로 위원장은 “정말로 자유무역협정을 철회하고 싶다면 한미 FTA로 다시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또는 국제적으로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안에 충동적으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바로 위원장이나 백악관 측이 이같은 사실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더 데일리 비스트는 덧붙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와 관련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는 NAFTA보다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의를 기울이라는 참모진의 조언을 받고 나서는 논조가 부드러워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자인 나바로 위원장은 FTA에 반대하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배넌이 소유한 온라인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협정으로 우리는 일자리 10만 개를 잃었다”면서 “무역 적자는 두 배로 증가했고, 손해의 75%는 미시간 주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