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장에 듣는다] 김준경 KDI 원장 “일자리政策 추진, 완급 조절은 필요”

입력 2017-10-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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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 얽혀 사회적 합의 도출해야…노동의 高비용 문제 제거한 獨 사례 참고를

“일자리 정책 추진 속도의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노동 시장 정책은 이해 관계자가 다양한 만큼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충분한 논의와 파급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거쳐 실행돼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경 원장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재정·세제·금융·조달 등 모든 국정운영 시스템을 일자리 중심으로 전환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은 급격한 시장 변화를 가져오는 만큼 경제·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원장은 “그럼에도 일자리 문제가 얼마나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인지 국민에게 각인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평가했다.

1990년대 이후 소득분배 격차와 고용 불안이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가운데, 포용적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가 일자리 창출임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중국 등 글로벌 경쟁의 영향에 급속히 노출되면서 저임금 일자리의 비중이 급증한 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분배구조의 장기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는 소득 불균형이 심화될 경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발표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질 좋은 일자리 확대를 최우선으로 삼으면서 국정의 중심에 위치시킨 것은 경제 활력을 높이면서 국민 대다수가 경제성장의 과실을 공유하게 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물론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1차적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결과이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에 노력해야 하지만, 일자리 질에 대한 사회적 스탠더드를 개선해 감으로써 성장의 과실을 국민이 소득 측면에서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우리 경제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 상호 협력과 정부의 혁신성장 노력이 긴요하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한때 ‘유럽의 환자(sick man of Europe)’로 불렸던 독일이 유럽의 성장 엔진이 된 것은 지속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었던 ‘노동의 고비용 문제’를 냉철하게 파악해 제거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일자리 간 격차와 질 낮은 일자리 과다가 지속적이고 포용적인 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이상,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데 사회적인 역량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진 혁신가(entrepreneur)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벤처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면서 “특히 창업 기업이 규제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위험도만큼 규제를 실시하는 규제 합리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미국은 약 20만 개의 벤처기업(high-growth businesses)이 기술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영국은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으로 향후 세금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소방과 경찰 등 안전과 밀접한 분야는 세부담이 늘더라도 국민이 감수해야 할 지출이라고 본다”며 “이를 위한 재원으로 세금이 사용될 수밖에 없겠지만 생활이 안전해지고 사회 서비스가 제고되는 편익도 존재한다”고 파악했다.

직접적으로 고용을 창출해 실업을 줄이고, 실업의 장기화에 따른 트랩 현상이나 이력 효과(hysteresis effect)를 방지하는 사회적인 편익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요양과 보육 등과 같은 사회 서비스 분야는 과소 공급 및 품질 저하를 공공이 모두 부담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세금 부담이 느는 것은 물론, 해당 서비스 자체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보다 정교하게 기획해 서비스 사각지대를 없애는 동시에, 양질의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의 수요에 부응하는 민간 진출의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 원장은 “저품질의 단일 공공 서비스보다는 기본 서비스 제공이 전제된 맞춤형 서비스의 다양화가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보다 많이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혁신 성장의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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