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이야기] 투자냐 투기냐…“둘 다 필요”

입력 2017-10-1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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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사람이 경제생활을 할 때 투자는 불가피하다. 투자를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공통분모는 안정적이고 윤택한 가정생활과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노후생활을 안락하게 보내기 위해 사람들은 이런저런 종류의 투자를 하게 된다. 투자를 전혀 하지 않거나 잘못된 투자를 할 경우 커다란 낭패를 보는 시대다.

이런 투자가 도를 넘어 투기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투자는 정상적인 방법이이지만 투기는 사기, 도박이라는 통념이 있다. 사전적으로 투자 (investment)는 생산활동과 관련된 자본재의 총량을 유지하거나 증가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반면 투기(speculation)는 생산활동과 관계없이 이익 추구만을 목적으로 자산을 사고파는 행위를 뜻한다.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의 저자 아담 스미스(Adam Smith)도 이렇게 말했다. “투자는 상품을 사용해서 얻는 이득을 보고 거래를 하는 것이고, 투기는 구매하는 상품의 가격 상승을 바라고 그 매매 차익을 위하여 거래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투자와 투기는 둘 다 시장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모든 주택 소유자가 장기간 투자의 목적으로 보유만 하고 있다면 주택시장 자체가 형성될 수 없다. 주식시장에서도 단기수익을 바라지 않고 모든 투자자가 장기수익만을 바라고 보유한다면 주식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다. 이처럼 투자나 투기 모두 이익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보면 다를 게 없으며 시장이 굴러가는 데 필요한 행위들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을 확정지어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둘 사이에 차이점은 있다. 첫째, 자금을 운용하는 목적에서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투자는 실제 경제활동의 필요성에 의해 이루어지는 반면, 투기는 가격이 오르내리는 차이에서 오는 이득을 목적으로 한다. 부동산을 구입할 때 그곳에 공장을 지어 상품을 생산할 목적을 지닌 경우는 투자가 될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 인상만을 노려 이익을 남기고 되팔려는 목적을 가진 경우에는 부동산투기 행위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투기는 집값을 상승시켜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할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결국은 우리 경제사회 전체를 나락으로 빠지게 한다.

둘째,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다. 투자는 생산활동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지만 투기는 생산활동과 관계없이 이익을 추구한다. 투자의 과정에서는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등 다양한 부가가치가 만들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애초 투자의 가치가 커져 자본이익도 함께 발생한다. 하지만 투기에서는 부가가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가격변동에 따른 이득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셋째, 제공되는 정보의 질에서도 차이가 있다. 투자는 전문지식에 기반을 두고 다양하고 합리적인 정보들을 제공하지만, 투기는 질적으로 낮은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는 정확한 데이터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고 효용을 이끌어내는 활동이다. 이에 비해 투기는 추측성 정보에 의존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넷째, 투자는 리스크(risk) 관리가 가능하지만, 투기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다. 투자는 정보 수집과 분석 등을 통해 위험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투기는 쉽게 한 방을 노리는 마음으로 운에 맡기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 결국 누군가는 마지막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밖에도 자산운용의 규모가 매우 크거나 혹은 빚을 내 투자하는 경우 등을 투기로 보기도 한다. 시간상으로 장기적 수익을 기대하면 투자인 반면 투기는 단기적 수익을 노리고 돈을 굴리는 것이라고 간주하기도 한다. 적법성 여부에 따라 합법이면 투자, 불법이거나 혹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도 도덕적인 문제가 있고 사회적인 영향을 준다면 투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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