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전문가 100명에 물어보니…인가 기대치 높지만 글로벌 수준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수준
증권 전문가들이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이 글로벌 IB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규제’를 지목했다. 2010년 이후 자본시장법을 지속 개정하면서 글로벌 IB 육성에 대한 토대를 다지고 있지만, 여전히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본지가 증권 및 IB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초대형 IB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8명(48%)이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IB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IB업무에 대한 규제완화’를 지목했다. ‘글로벌 전문인력 수급’(25%), ‘자기자본 규모 확대’(16%), ‘증권과 은행의 협업’(11%)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글로벌 IB로 성장하기 위한 제도적 규제들이 많이 완화됐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자기자본이 수십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IB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자기자본 확충 등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초대형 IB 후보들은 신용공여한도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현재 IB업무에 있어 신용공여한도는 자기자본의 100%로 규제하고 있다.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 당시에도 신용공여한도를 자기자본의 300% 수준으로 상향하려 했으나 결국 불발되는 등 매년 신용공여한도 확대 요구는 반복되고 있다. 현재도 신용공여한도를 최대 200%까지 확대하자는 자본시장법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새로 출범하는 초대형 IB들은 새로운 NCR(순자본비율) 지표를 적용, 부동산 대출 시장을 수익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았다. 일반 증권사는 부동산 대출을 하면 영업용 순자본에서 대출채권 전액이 차감되지만, 초대형 IB는 대출채권의 신용위험도에 따라 최대 12%만 차감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금의 잔존 만기 1개월과 3개월 단기유동성 비율을 100%로 맞춰야 하는 조건 때문에 수 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부동산 금융 실탄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 인가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만 글로벌 수준에서는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라며 “규제 완화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자본을 늘려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