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인수 기자회견…“도시바메모리 상장 계획”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한 ‘한미일 연합’을 이끈 미국 투자회사 베인캐피털이 5일 일본에서 인수 기자회견을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베인캐피털은 매각 결정 후에도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분쟁 해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스기모토 유우지 베인캐피털 일본 법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사이에 들어가 분쟁을 조기 해결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WD의 법적 조치에 의한 매각 중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석한 변호사가 “기밀 사항”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베인캐피털은 향후 도시바메모리를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스기모토 대표는 “도시바메모리를 일본 기업으로 독립성을 확보하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고, 3년 후를 목표로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술력의 유지·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장을 통해 투자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베인캐피털 측은 “상장 후 주식 매각이 기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도시바메모리의 현 경영진은 유지할 방침이다. 스기모토 대표는 “기본적으로는 기존 경영 체제를 존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루케 야스오 현 도시바메모리 사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미정”이라고 확언을 피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한미일 연합은 인수목적회사를 통해 도시바메모리를 2조 엔(약 20조4230억 원)에 인수한다. 베인캐피털은 2120억 엔을 출자하고 SK하이닉스도 대출 등으로 3950억 엔을 부담한다. 미국 IT 4개사가 총 4155억 엔을 출자해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취득한다. 일본 측에서는 도시바가 3505억 엔, HOYA가 270억 엔을 들여 투자목적 회사의 보통주 취득 등을 통해 의결권의 과반을 가지도록 했다.
메모리 사업에서 도시바와 경쟁 관계에 있는 SK하이닉스가 자금을 출연하기 때문에 각국의 반독점 심사가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스기모토 대표는 이에 대해 “가급적 신속하게 심사가 끝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 성패의 열쇠를 쥔 WD의 소송은 10월부터 심리가 본격화해 빠르면 연내에 국제중재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WD는 국제중재재판소에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 일시 중지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베인케피털 측은 이에 대해 “기밀 사항이라 답할 수 없다”면서도 만일 금지 결정이 나오더라도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도시바는 지난달 28일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애플 등으로 구성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과 반도체사업부 도시바메모리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