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산업 변천사] 산업 지형 바뀐다…백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재편

입력 2017-10-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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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한라시멘트 인수ㆍ합병(M&A) 본입찰이 내달 3일로 다가온 가운데 이를 인수하기 위한 성신양회ㆍ아세아시멘트ㆍ아주그룹ㆍLK투자파트너스의 4파전이 치열할 예정이다. 시멘트, 레미콘 업계뿐 아니라 사모펀드도 뛰어든 이번 인수전은 기존에 있었던 네 차례의 시멘트 업체 M&A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동양시멘트, 쌍용양회, 라파즈한라, 현대시멘트에 이은 이번 다섯 번째 시멘트 인수전은 과거와 비교해 어떤 양상을 보일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시멘트 M&A 양상은?…IMF에서 동양그룹, 동양시멘트로 이어져=동양시멘트의 매각은 동양그룹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입은 큰 타격으로 동양그룹은 경영 위기를 겪게 되고 그 결과 동양시멘트의 매각도 이뤄진 것이다.

외환위기가 지나고 회복기는 있었다. 2000년대 초반 건설 경기가 회복하면서 시멘트 업계의 경기도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한라시멘트를 인수한 라파즈의 가격 덤핑으로 무산됐다. 공격적인 시멘트제품 가격 인하로 동양시멘트, 쌍용양회, 성신양회를 비롯한 시멘트업계 전체는 수익성을 유보하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결국 2010년 11월부터 동양그룹은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착수하게 됐다. 2013년도 역시 매각의 연속이었다. 동양그룹은 동양네트웍스, 섬유사업, 레미콘공장, 동양시멘트 폐열 발전소를 매각했다. 결국, 2013년 9월 30일 동양그룹을 포함한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날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어 10월 1일 동양시멘트도 법정관리에 들어섰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시멘트의 본입찰에 참여한 곳은 삼표-산업은행 컨소시엄, 한일-아세아시멘트 컨소시엄, 유진기업-유진PE, 한앤컴퍼니,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 5곳이었다.

2015년 동양시멘트는 지분 분리 매각을 추진해 동양시멘트가 지닌 동양(55.0%)과 동양인터내셔날(19.1%)이 매물로 나왔다. 그해 4월 삼표는 동양시멘트 출신 인재 영입 등을 통해 이전부터 연관산업인 시멘트산업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리고 7월, 삼표는 8000억 원대의 최고 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됐다.

삼표는 8월부터 동양시멘트의 인수에 착수했다. 그리고 2016년 2월 동양시멘트는 2년 4개월 만에 회생절차가 종결되면서 삼표시멘트의 품에 안겼다.

관련 업계에서는 동양시멘트 매각과 관련해 “원료(시멘트)와 제품(레미콘)의 일관 체제 구축에 성공한 삼표가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사모펀드의 첫 시멘트 M&A 출전식 쌍용양회 인수전=쌍용양회의 위기도 IMF로부터 비롯됐다. IMF 때 계열사인 쌍용자동차의 부실로 발생한 1조 원 대의 부채 등을 모기업인 쌍용양회가 떠맡게 됐고, 주요 계열사인 쌍용건설과 쌍용정유(현 에쓰오일), 쌍용중공업(현 STX그룹)이 모두 그룹에서 분리됐다.

쌍용양회는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투자자본을 유치를 추진했다. 그 결과 과거부터 기술교류 등을 해온 일본의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에 지분을 투자하게 됐다. 당시 김대중 정부에서는 IMF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외국투자자본의 유치를 적극 추진했고, 쌍용양회가 이 기간 가장 먼저 외국투자자본을 유치한 것이다.

일본의 태평양시멘트는 2000년 지분을 투자한 이후 2016년까지 쌍용양회의 2대 주주로 공동경영을 이어왔다.

2016년 4월 쌍용양회를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2년 대한시멘트를 통해 캠코로부터 쌍용양회 지분 750만 주(9.34%)를 인수해 출자전환주식 매각협의회에도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매각 가격은 주당 5000원으로 최소 380억 원 규모 이상의 매각계약이었다.

이후 쌍용양회의 채권단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쌍용양회의 지분 46.83%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려고 했다. 쌍용양회의 2대 주주이며 공동경영을 하고 있던 태평양시멘트(32.36%)에 인수를 제의했으나 협의에 진척이 없자 공개매각 형식으로 전환해 지분 매각기로 결정했다.

이에 태평양시멘트는 2015년 3월 공개매각의 중단을 요구하는 동시에 채권단과 우선 매수청구권 소송을 본격화하는 등 공개매각을 저지하려고 했으나 채권단이 이를 거부했다. 결국 한앤컴퍼니는 2015년 12월 쌍용양회 지분 46.83%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2016년 태평양시멘트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마저 인수하면서 쌍용양회의 최대 주주 위치에 오르게 됐다.

쌍용양회를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이후 쌍용머티리얼, 쌍용에너텍 등의 매각으로 1350억 원을 확보하고 쌍용해운과 쌍용자원개발을 합병, 쌍용양회의 사업부로 흡수하는 등 시멘트 전문기업을 향한 노력을 집중했다. 최근에는 국내 슬래그시멘트 1위 업체인 대한시멘트를 인수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쌍용양회를 시멘트 전문기업으로 특화한 한앤컴퍼니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국내 시장에서 상처만 입은 라파즈한라=라파즈한라시멘트는 1998년 한라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매물로 나온 한라시멘트를 2000년 프랑스 기업 라파즈가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국내 시장에 들어온 라파즈한라는 2000초부터 공격적인 시장전략으로 시멘트 가격을 인하, 7개 사가 있는 시멘트 시장에 가격 출혈경쟁을 본격화했다.

이 같은 라파즈한라의 가격 덤핑에 전 업체가 가격 인하에 돌입하면서 라파즈한라는 상처만 입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국내 시장의 경우 가격 인하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전략이 빗나가자 라파즈그룹은 2009년 라파즈한라시멘트를 M&A 시장에 매물로 내보냈다.

당시 HSBC가 매각주간사로 선정이 됐으나 매각 측과 인수 측의 가격 차이가 너무 커 라파즈한라의 매각이 잠정 중단됐고, 다시 2012년 12월 라파즈한라가 M&A 매물로 등장했다.

또다시 매물은 흐지부지됐다. 대신 그사이 동양시멘트ㆍ쌍용양회ㆍ현대시멘트의 매각에 뛰어드는 등 한국 시장 내에서 다시 우위를 점유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다. 그러나 라파즈그룹은 2016년 1월 타 시멘트 사의 잇단 인수 실패를 경험하면서 오랫동안 고심했던 한국시장에서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전에 라파즈그룹은 스위스 홀심과 합병하면서 “전 세계 사업장에서 지역별 1위가 아니면 철수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라파즈 입장에서는 또 다른 시멘트 사의 인수가 절실했던 이유였다.

물밑에서 협상이 이뤄지던 라파즈한라는 1월 글랜우드PE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중이었으며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단계였다. 결국, 2월 글랜우드가 홍콩 베어링 PEA와 공동으로 인수 파트너로 선정됐고, 다음 달 3월에 글랜우드 PE는 6300억 원에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지분을 전량 매입했다. 글랜우드는 4000억 원, 홍콩 베어링 PEA는 1800억 원을 내고 나머지 500억 원은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파이시티가 초래한 현대시멘트 M&A=2010년 6월 현대시멘트는 성우종합건설과 나란히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04년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복합유통 센터로 개발하는 ‘파이시티 사업’이 시작됐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서 시행사가 투자자 유치에 실패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이 시행사에 지급보증을 제공한 성우종합건설과 성우종합건설의 연대보증인 현대시멘트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며 워크아웃의 수순을 밟게 됐다. 이후 2014년 차등감자와 채권단 출자전환이 이뤄지면서 정몽선 전 회장의 지분율은 27.64%에서 2.32%로 떨어지면서 지배권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지난해 4월 파이시티가 매각되면서 현대시멘트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5월부터 시장에 등장했다. 그리고 8월에 현대시멘트는 KDB산업은행 M&A실 중심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산업은행, 하나금융투자, 삼일회계법인)이 매각 주간사가 돼 매각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현대시멘트는 2016년 12월,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 1417만 986주를 공개입찰로 매각하기로 했다. 당시 예비 입찰에 유암코, IMM PE, 한앤컴퍼니가 참여했으며 2017년 2월에 있었던 본입찰에는 현대성우오토모티브, LK투자파트너스-한일시멘트, 파인트리자산운용, 한라시멘트, 한앤컴퍼니-쌍용양회가 참여했다.

그러나 현대시멘트의 매각은 LK투자파트너스-한일시멘트로 돌아갔다. 2017년 2월 16일 사모펀드인 LK투자파트너스-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의 주식 1079만 주를 4775억 2496만 원에 인수했다.

◇한라시멘트, 향후 바뀌게 될 시멘트업계 재편 방향은?=2016년 글랜우드PE와 홍콩 베어링 PEA가 인수한 한라시멘트가 다시 M&A 매물로 나왔다. 글랜우드PE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한라시멘트를 베어링PEA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베어링 PEA는 한라시멘트를 매각하기 위해 M&A를 7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7월 26일 매각작업 착수를 위해 기업들에 티저레터를 보낸 상태다. 9월에 있었던 예비 입찰에는 아세아시멘트, LK투자파트너스, 성신양회, 아주산업이 등장했다. 예상과는 달리 루터PE-삼표 컨소시엄은 미참여했다.

한라시멘트의 본입찰은 11월 3일로 예정돼 있다. 본입찰 대상자로는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 아주산업, LK투자파트너스 등 총 4곳이 선정된 상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성신양회와 아세아시멘트는 한라시멘트 인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시멘트업계는 한앤컴퍼니-쌍용양회, 한일시멘트-현대시멘트라는 쌍두마차가 시장을 이끌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생산능력 기준으로 4위와 6위에 있는 성신양회와 아세아시멘트가 만약 한라시멘트를 인수하게 되면 외형상 쌍용과 한일-현대, 삼표시멘트와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된다.

아주산업의 M&A 참여는 시멘트와 레미콘의 결합으로 원료와 제품의 일관체제 구축에 성공한 삼표의 도약이 참고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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