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난민·동성 결혼 등 정책에서 유연성 보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4선 연임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그가 장수 총리가 된 비결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르켈의 ‘변덕스러움’이 오히려 탄탄한 지지율의 근거로 작용하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는 24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는 여론조사대로라면 4번째 임기를 이어가게 된다. 독일에서 16년간 장기 집권한 총리는 지금까지 헬무트 콜 전 총리가 유일하다. 지난 17일 발표된 독일 빌트 암 존탁 신문의 지지율 조사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연합은 36%로 1위를 차지했다. 지지율 2위인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은 22%를 기록했다.
메르켈이 당수로 있는 기민당은 중도 우파 성향이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으로 좌우를 넘나들며 지지 기반을 확장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속에서 그녀의 불분명한 태도에 유권자들은 오히려 안정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기민당은 메르켈의 역동성에 힘입어 확장력을 갖게 됐다.
원전, 난민, 동성 결혼 정책에서 메르켈은 보수적인 정치 철학에 맞는 뜻만을 고수하지 않았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독일 국민의 불안이 높아지자 메르켈은 원전 정책을 재검토했다. 이후 독일의 원자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동성 결혼 정책에서도 메르켈 총리는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자 힘을 빼지 않았다. 그는 동성 결혼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히면서도 해당 법안의 의회 통과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소신껏 투표하라”고 당내 의원들에게 말했다. 결국 찬성표가 더 많이 나와 독일은 지난 6월 동성결혼 합법 국가가 됐다.
난민정책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보수당은 난민 포용 정책을 반대한다. 그러나 메르켈은 2015년 10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인도적 조치”라며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했다. 그런데 안보 위협이 높아지면서 메르켈의 지지율은 45%로 떨어졌다. 2016년 독일 바이에른 주에서 이민자들이 벌인 두 차례 테러 공격 이후 메르켈을 향한 비난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메르켈은 두 번째 유턴을 결정했다. 그리스를 압박하는 방식을 택한 메르켈은 난민 유입의 부담을 유럽연합(EU)이 나눠서 지자고 주장했다. 메르켈은 EU와의 협상을 통해 EU가 터키와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여전히 독일로 들어오는 난민 규모는 크지만, 메르켈의 리더십에 그 속도는 줄어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메르켈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그럼에도 난민 정책이다. 독일 여론조사기관인 ‘선거를 위한 연구 그룹’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2005년 11월 취임했을 때만 해도 유권자의 84%가 당면한 큰 문제로 실업을 꼽았다. 그런데 2015년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유권자 중 88%가 난민 문제를 가장 심각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난민 정책에 대한 우려는 현재 49%로 하락했으나 여전히 가장 높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실업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한 유권자는 8%에 그쳤다.